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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특공대의 酒첩]①6.25전쟁 아픔 서린 지평리

한국전쟁의 연합군 공세 전환점인 지평리 전투
유일하게 남아있던 지평주조 양조장은 '사령부'
“인생은 짧고 마셔봐야 할 우리술은 많다”

‘우리술 전문가’ 이수진 술펀 대표와 프리랜서 김도연 PD와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주막특공대’. ‘취함을 존중한다’(취존)는 누구네 얘기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취존 우리술을 찾아 떠난다. 증류식 소주부터 막걸리까지 맛있는 우리술이 있다면 전국 각지 어디든지 떠난다.

지평주조 양조장 전경 (사진=지평주조 제공)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100년 전통 지평주조를 취재하기 위해서 찾은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마을이다. 월산저수지로 흘러내리는 하천을 중심으로 먹을거리가 많은 시장과 논이 자리잡고 있다. 푸근한 풍경이다.

그러나 1951년 지평리는 한국전쟁의 판세를 역전시킨 ‘지평리 전투’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랄프 몽클라르 중령의 프랑스 대대와 미 23연대는 지평리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 승리를 거뒀고, 전략적 요충지인 지평리를 연합군이 차지할 수 있었다.

지평리전투는 연합군이 중공군과 싸워 얻은 최초의 전술적인 성공을 얻은 전투로, 연합군이 공세로 나서는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연합군은 거칠게 중공군을 몰아세웠다.

지평주조 양조장 건물 앞에 마련된 지평리전투기념비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몽클라르 중령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자유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몽클라르 중령은 1, 2차 세계대전을 다 겪은 3성 장군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스스로 계급을 중장에서 중령으로 낮춰 참전했다.

이렇게 중요했던 지평리전투의 숨은 일등공신은 지평주조다. 1925년 설립된 지평주조 건물은 몽클라르 중령이 이끄는 프랑스 연대의 지휘 사령부 역할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치열한 전투로 주변 건물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 지평주조 양조장이었다.

지평주조 양조장을 아직도 그 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시 사람 어깨 정도밖에 안 됐던 버드나무는 건물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크게 자랐고, 몽클라르 중령과 그의 참모가 머리를 맞대고 전술을 고민했을 사령부 회의실은 당직자를 위한 숙직실로 사용되고 있다.

양촌 지평리에는 일제감정기 시절부터 지평주조와 같은 양조장들이 즐비했다. 이천과 여주 등 여주와 이천 등 인근 지역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풍부한 쌀과 밀로 양조장들이 속속 들어섰다. 그러나 나머지 양조장들은 전쟁의 화마에 휩쓸려 사라지고 지금은 지평주조만 남았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지평주조 양조장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그 건축학적 의미나 역사적 의미에서 보더라도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 리뉴얼을 통해 더 열심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