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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느 금융사를 위한 변명

[이데일리 전재욱기자] “인사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국에서) 금융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뭐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난 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KEB하나금융측 고위관계자의 발언이다. 하나금융측이 지난해 2월 당시 부장급이었던 이상화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을 글로벌 영업본부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분명 의심이 갈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측에 이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관계자도 “조직 논리를 들어 설명을 하고 계속 얘기했다”면서 최선을 다해 방어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하나금융은 민감한 시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통합 KEB하나은행으로 출범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자칫 정치권력의 눈 밖에 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칼을 휘둘러 보복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려는 정치권력이다. 규제의 칼을 쥐고 금융권 인사에까지 개입하려는 정치권력의 적폐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역대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낙하산 인사는 물론 임원급 인사까지도 시시콜콜 개입하는 관행이 만연했던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첫 민간금융사 수장 인선이었던 BNK금융지주의 회장 자리는 현 정부 쪽 인사와 연이 닿아있고 지금 회장 인선 진행중인 KB금융 회장 자리를 두고도 외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가 재판에 출석한 4일은 공교롭게도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의 합작사인 ‘핀크’ 출범식이 있던 날이다. 이 행사에서 하나금융측은 취재진에게 “금융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미래의 정책방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날 오후 재판과 관련해선, (전 정권의)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더라면 “뭔가 있을 것 같았다”며 과거를 얘기했다. 미래는 정책을, 과거는 정치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금융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어쨌든 미래로 나아가겠지만,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