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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조현병…'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아닐 아난타스와미ㅣ360쪽ㅣ더퀘스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 남자가 있다. 마흔여덟 살 그레이엄이다. 그는 두 번째 아내와 헤어지고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 뒤로 “나의 뇌가 죽었다”고 믿는다. ‘코타르증후군’이다. 자신이 죽었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병이다. 또 다른 여자 로리는 자살을 시도했던 게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로리는 아직도 의심한다. “내가 한 게 아니에요. 나 밖의 어떤 것이었어요.”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세계를 들춘다. 자폐스펙트럼장애·알츠하이머·조현병을 포함해 이름도 낯선 신체통합정체성장애나 유체이탈 등 각종 신경심리학적 질병의 8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이들을 정신의학적으로 통찰하면서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란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탐구한다.

자아의 일부가 고장 나 소위 ‘정신병자’라 불리는 이들을 들여다본 결과 저자는 ‘자아에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현대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자아 그 자체가 병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자아의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사례를 읽다 보면 역설적이게도 이들 ‘자아’의 빈자리에서 ‘나’라는 파편을 찾는다. 저자 혹은 자아를 느끼지 못하는 많은 ‘그레이엄들’이 묻는다. 당신은 얼마큼 당신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