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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생생, 속은 살균?' 소비자 혼란 부추기는 '생생막걸리'

'서울생주조'사의 '생생막걸리', 이름과 달리 '살균탁주'
살균탁주, 멸균과정 거쳐 유통기한 늘린 술
생막걸리보다 부족한 '톡 쏘는' 맛, 탄산 주입으로 해결
식약처 "현장조사 통해 오인 요소 있으면 행정명령 할 것"
살균탁주임에도 제품명에 ‘생생’이라는 글씨를 넣어 소비자를 혼동케 하는 서울생주조 ‘생생막걸리’. (사진=다음·네이버 블로그)
[이데일리 강경훈 박경훈 기자] 평소 막걸리 매니아를 자처하는 김모(40)씨는 지난주 지인들과 술집에서 막걸리를 주문했다 기분이 상했다. 김씨는 제품명이 ‘생생(生生)막걸리’라 살아 있는 효모 특유의 톡 쏘는 맛을 기대했지만 이내 인위적으로 탄산을 넣은 느낌이 들었다. 식품성분표시를 봤더니 ‘살균탁주’로 적혀 있었다. 그는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살균탁주임에도 ‘생생(生生)’이라는 표현을 써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막걸리 업체가 있어 논란이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생주조’사가 그 장본인이다. 이 회사는 장기보관을 위해 생효모균을 모두 멸균한 살균탁주에 ‘생생막걸리’라는 이름을 버젓이 붙여 판매하고있다. 생막걸리인 줄 알고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속을 수밖에 없는 것.

“2009년 출시…소비자들 인지했을 것”

서울생주조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2009년 처음 나온 것으로 초창기에는 이와 관련 문의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소비자들이 충분히 알고 있을 줄 알았다”며 “성분표시 라벨에 살균탁주라고 표시해 놓은 만큼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큼지막하게 쓰인 제품명을 보고 술을 선택할 뿐 뒤에 깨알 같이 적힌 글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이 크다는 소비자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류법에 따르면 살균탁주는 멸균과정을 거쳐 살아 있는 균을 모두 없애 유통기한을 늘린 술이다.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은 살아 있는 효모균이 발효하면서 생긴다. 살균탁주는 생균을 모두 없애는 대신 인위적으로 탄산을 넣어 톡 쏘는 맛을 낸다. 살균탁주의 가장 큰 장점은 긴 유통기한이다. 일반적인 생막걸리가 일주일에서 1개월 정도의 유통기한이라면 살균탁주는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국세청 ‘주세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살균탁주는 섭씨 65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가열하거나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효력이 있는 방법으로 살균해 밀봉 포장한 탁주를 말한다.

살균탁주는 1990년대 후반 막걸리의 일본 수출이 늘면서 짧은 유통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단법인 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는 “살균탁주는 생막걸리와 유사한 맛을 내면서도 유통기한을 늘리는 게 관건”이라며 “살균 설비와 특유의 탄산제조 설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업체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탄산 주입 설비에만 5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전국 600여개 막걸리 양조장 중 20여개 대형사를 제외한 대다수 양조장은 연매출 1억원 미만의 영세 규모라 살균탁주를 만든다는 것은 회사가 어느 정도의 규모는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서울생주조의 지난해 매출액은 50억원으로 업계에서는 메이저 업체로 평가된다.

“‘生=살이있는’…소비자 오인 부른다”

살균탁주인 ‘생생막걸리’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부분은 관련 당국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2013년 7월 주세법 개정에 따라 주류제조업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제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이전에는 국세청에서 관리했다. 문제는 국세청에서 일괄적으로 이관된 기존 품목에 대해서 꼼꼼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생막걸리는 2009년 출시 당시 한글로 허가를 받았고, 이를 한자와 병행한 표기인 ‘生生막걸리’로 바꾸는 것은 식약처 신고사항이 아니어서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글로 ’생생’이라고 표기했을 때에는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자로 ‘生’이라고 적으면 ‘가열하지 않은’, ‘살아 있는’의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살균탁주 주 표시명에 ‘생’자를 눈에 띄게 적어 놓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소비자가 오인하게 할 요소가 있다면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거나 혼동시킬 수 있는 항목에 해당한다면 시정명령을 통해 품목에 대한 제조정지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유형 표시에 살균탁주라고 적어 놨다고 해도 일반인의 관점에서 오인의 요소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