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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 칼럼] 국제개발협력은 블루오션이다. 조정훈 아주대 교수

[조정훈 아주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통일연구소 소장. 세계학연구소 중앙아시아 센터장] 2017년 대한민국을 대통령 탄핵이란 대혼란 상태로 몰아넣은 세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물론 최순실이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교장 선생님 성함은 몰라도 최순실이란 이름은 안다. 그 최순실 사태의 불똥이 크게 튀긴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이다. 코리아에이드, K-스포츠, 미르재단이라고 하면 이제 국민들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국민의 혈세와 기업들을 강제로 얼러서 갹출한 국제원조자금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가로채려 한 사건이다. 당연히 연루된 당사자들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장과 열매를 맺으며 자라 온 국제개발협력 종사자들과 단체들까지 함께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은 한국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떠오르는 기대주이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 이후 한국은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기존 원조국들을 보완하는 새로운 국제개발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발협력자금은 매년 증가해서 2017년도 예산은 약 2조 6천억 원으로 확정됐으며, 대외경제협력기금 약 9천 9백억 원, 코이카 약 6천 3백억 원, 중앙정부·지자체 1조184억 원 등이다. 이는 인구 기준으로 3대 도시인 인천시에 할당된 국비 예산보다 큰 금액이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강점은 원조자금 뿐만이 아니다. 해방이후 70년간의 압축경제 성장을 통해서 후진국들에게도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는 거의 유일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수 백 전 유럽과 미국의 개발 경험은 너무 이질적이고 현실감이 없지만 한국의 경험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니 그렇지 않아서 더욱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은 이처럼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기업과 해외진출을 위해 매우 유용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로 답답해하는 기업들과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시장 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에 진출하기 위해서 현지 언어와 물정에 밝은 현지 개발협력 전문가들과 무상원조자금이 효과적인 선발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한국기업들의 입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대외경제협력기금 같은 유상원조자금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유상원조자금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제공하는 차관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숙제도 안고 있다. 우선 국제개발협력이 더이상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해외순방 때 사용할 선물 보따리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중소기업들과 청년들의 글로벌 창업과 취업을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또 이번 사태로 드러난 허점들을 시급히 그리고 단단히 보강해 국제기준과 세금으로 지원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지난 여러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간 유상과 무상원조의 분절된 구조를 하나로 만드는 노력을 반드시 새 정부에서 완성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개발협력은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위상을 높이는 소위 ‘가성비’가 아주 높은 분야이다. 특히 개발도상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과 글로벌 일자리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게 매우 유용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허점들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지만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집안에 득실거리는 벼룩을 하나씩 다 잡아버린 후에 초가삼간을 더욱 튼튼히 세우는 것이 지혜 있는 정부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튼튼히 세운 집은 결국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 다 주는 기둥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