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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 '감' 잡아야 살 수 있다

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
조슈아 쿠퍼 라모|416쪽|미래의창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악당 발렌타인은 무력을 쓰지 않고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칩’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가 만든 칩에는 인간의 분노를 자극하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 ‘네트워크’를 장악해 세상을 지배한다는 계획이다.

바야흐로 네트워크의 시대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소셜미디어 등 혁신적인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세계는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기계를 넘어 사람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킹스맨’의 악당 발레타인의 이야기는 허구다. 그럼에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에서 저널리스트로 시작해 타임에서 최연소 부편집장을 역임한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초연결사회가 300년 전 계몽주의와 과학혁명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계몽주의와 과학혁명은 왕권·교황권·연금술·봉건제 등 기존 체제 대부분을 파괴했다. 네트워크도 이와 비슷하게 세상의 가치를 바꿀 것이란 주장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힘도 달라진다. 저자는 이를 니체의 ‘여섯 번째 감각’에서 빌린 ‘제7의 감각’으로 설명한다. 특정 사물이 네트워크 속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알아채는 능력이다. 네트워크가 중심인 세상에서 권력은 곧 ‘연결’이다. 한국의 촛불집회, 뉴욕 월스트리트의 시위대, 아랍의 민주화 세력까지 많은 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모두가 ‘제7의 감각’을 가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정확하게 어떤 네트워크에 얽혀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호주머니 속 휴대폰이 수천㎞나 떨어져 있는 누군가에 의해 해킹당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네트워크는 기존의 권력을 해체하는 대신 또 다른 권력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네트워크에 연결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이제부터의 고민은 네트워크에 어떻게 얽힐지가 된다. 바로 ‘제7의 감각’을 키우는 일이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세계의 양상을 찬찬히 살펴 담은 점이 흥미롭다. SF영화에서 볼 법한 미래세계가 어느새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각 장마다 장황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구성은 아쉬운 점이다. 방대한 네트워크 같은 책 속에서 길을 헤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