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금융

[가상화폐 청부입법]②'해킹·돈세탁' 가상화폐 범죄 느는데…정부입법 규제 서둘러도 반년 ...

'청부입법' 추진 배경은…
가상화폐 하루 2조6000억 거래
코스닥 추월하며 '과열양상' 보여
의원입법 땐 한달내 처리도 가능
지름길 가려다 '부실입법' 우려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규제에 ‘청부입법’이라는 ‘패스트 트랙’(지름길)을 사용키로 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시장은 ‘튤립버블’ 논란이 있을 정도로 과열돼 하루빨리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할 형편. 하지만 일러야 6개월이 걸리는 정부 입법 절차로는 이에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일 거래량 2조6000억원을 넘어 지난 8월 코스닥 하루 거래량(2조4300억원)을 추월, 이미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4월 가상통화 거래소 ‘야피존’에서 전자지갑 해킹 사고로 약 55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탈취되는 사고가 터졌다. 지난 6월에는 빗썸 직원 PC가 해킹돼 약 3만여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거래량 폭증에 따라 해킹사고, 마약거래 등 불법적 거래에 악용되는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규제의 방향은 가상통화거래소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가상통화거래를 업으로 하는 행위(자)를 사실상 유사수신행위(자)로 취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투자자입장에서도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 다단계 및 방문판매 등 방문판매법상 거래방식 금지의무 등을 준수하지 않는 가상통화거래소와의 거래 모두 불법이 된다.

◇ 유사수신행위로 규제 의미는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가치를 보장해줄 수 없는 만큼 현 제도내에서 가상화폐 취급업자를 규율하기 위한 일종의 궁여지책이라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통화 자체나 개인간 거래를 규제한다기 보다는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부문을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섰지만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실제 정부 입법은 관계기관 및 당정 협의→입법 예고→규제개혁위원회 심사→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대통령 등 관련 절차에 통상 6개월~1년이 걸린다. 반면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이 ‘품앗이’를 통해 동의하면 법안 발의가 가능해 빠르면 한달 내에도 논의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법안은 스스로 마련한뒤 빠른 처리를 위해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제출하는 우회전략(청부입법)을 택한 이유다.

◇ 뒤늦은 대응에 ‘숏컷’ 택했나

문제는 청부입법 과정에서 ‘부실입법’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상화폐의 특성을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시장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며 부작용이 불거지자 청부입법이라는 편법 우회로를 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부입법은 과거에도 금융관련 중요 입법을 손쉽게 처리하는 통로로 이용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개정안 추진 과정에서도 ‘금감원 중재’를 명시하려는 법안이 ‘관치금융’ 논란 속에 좌초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직권 남용’ 혐의로 구조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시절 채권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을 종용했다는 의혹이었다. 비록 1심에선 금감원의 ‘무죄’ 판단이 나온 상태지만, 당시에는 이 여파로 금감원의 손발이 묶여 채권단의 조정기능이 봉쇄된 바 있다. 이에 이를 우려한 금융위원회가 워크아웃 과정에 채권단 50%의 동의를 얻어 금감원 중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기촉법 개정안을 당시 정무위원장이었던 정우택 의원을 통해 의원입법으로 서둘러 낸 바 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관치논란에 막혀 결국 이 내용은 기촉법에서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