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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우조선에 마지막 기회를 주자

[이데일리 이성재 산업부장] 처음부터 더 이상 대우조선해양에 국민혈세를 투입해선 안 된다는 쪽이었다. 시장논리에 따라 처리해야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원칙이 설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물론 대한민국 조선업 전체가 망가져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자력회생이 어렵다면 과감한 몸집 줄이기로 경쟁력 있는 부문은 살리고 부실한 부문은 정리해 살길을 찾는 것이 맞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판단은 달랐다. 당장 기업을 퇴출하면 종사자는 물론 지역상권까지 연쇄붕괴한다는 저항에 부딪히면서 ‘살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이 같은 결정이 국내 조선업뿐만 아니라 해운업까지 치명타를 안기리란 것을 몰랐을까.

결국 대우조선에 4조 2000억원을 지원하고도 또다시 2조 9000억원을 추가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출자전환까지 합치면 무려 13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 간다. 살려야 할 회사를 죽이고 죽여야 할 회사를 살렸다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국내 해운업을 이끌어 온 한진해운을 역사 속에 사라지게 한 것도 ‘원칙대로 하겠다’는 정부와 금융권이 만든 합작품이었으니 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 브리핑에서 “구조조정 책임자로서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는데 이번 지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괴로움이 컸다. 국가적 재난을 막기 위한 결정을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에는 정답이 없다.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만큼 이처럼 부담스러운 일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임 위원장의 말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추가지원은 없다”고 장담한 뒤 1년 5개월 만에 “책임지겠다”며 뒤집은 상황을 어찌 더 믿겠는가. 문제는 금융위원회의 대우조선 처리해법이 산업부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두 기관이 동상이몽에 빠진 동안 국내 조선업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국이 맹추격하고 일본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태를 진두지휘해야 할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위기를 부추긴 셈이다.

사실 이대로 대우조선을 죽인다면 그간의 혈세나 수많은 노력은 무위가 돼버린다.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진해운의 청산과정을 지켜보면서 전 세계 바닷길을 개척해 온 땀의 결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허탈함까지 맛봤다. 대우조선에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는 생각이 든 건 그 때문이다.

이제부터 정부가 할 일은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왜 대우조선을 살려야 하는지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나갈지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대우조선을 퇴출할 경우 피해액이 수조원이니,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어쩌니 하는 단순한 셈법은 이제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

10일이면 대우조선의 운명이 판가름날 것 같다. 이날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장은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32개 기관투자자를 모아놓고 대우조선 정상화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대우조선이 가장 잘하는 것만 가져가면 된다. 군살 다 빼내고 세계를 선도하는 선박기술 하나면 된다. 그것이 대우조선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힘이 된다. 대우조선이 그 마지막 기회를 살려내기를 바란다. 더는 제2의 한진해운을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