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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논란, 세금 쏟아 넣으려는가

논설 위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 계기가 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연내에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집배원과 서울대 ‘비(非)학생조교’, 학교급식 보조원 등 각 분야에서 너도나도 정규직 전환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태세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게다가 이러한 소득 차별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교육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지게 됨으로써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결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간단하게 풀 수 없다는 게 현실적인 고민이다. 재정부담 등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32개 공공기관 중 231곳이 적자라고 한다. 국민 세금을 쏟아붓지 않으면 정규직화로 늘어나는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평균 연봉이 6600만원 수준인 정규직의 고임금 구조도 문제다. 이를 뜯어고치지 않은 채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 역시 국민 부담만 늘릴 뿐이다.

민간부문은 더 심각하다.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규직의 임금 삭감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기존 노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비정규직 근로자와 결별한 기아차 노조가 단적인 예다. 그러나 신규 채용을 줄이면 청년실업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 걱정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황보다 더 나빠지는 셈이다.

비정규직 차별 개선에 앞서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앞으로 조선·철강·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정규직화 요구가 이어질 것이다. 더 좋은 일자리도 좋지만 지금은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한 때다. 정규직화를 서두를 게 아니라 기존 정규직의 임금체계 개편과 기업의 자유로운 인력 채용이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세금을 쏟아붓는 정규직화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