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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와 여당의 ‘김동연 패싱’ 없는가

논설 위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대표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보유세 인상 주장에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항간에는 여당이 ‘부자증세 2탄’으로 보유세 인상의 총대를 멨다는 얘기가 파다해 ‘김동연 패싱’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얘기가 회자되는 것은 전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과거 여러 차례 “법인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겨냥한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밀어붙이면서 허언이 돼버렸다. 증세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그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머리를 숙여야 했다.

그뿐이 아니다. 각 부처의 소통이 필요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통상 부총리가 발표한다. 하지만 부총리 업무 소관인 세제·금융 내용이 주류인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사람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부총리는 뒷전이고 친문(親文)계 실세 정치인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관가에는 당과 청와대, 정치인 장관에 치여 경제부총리의 존재감이 흐려졌다는 얘기가 나도는 지 오래다.

김 부총리 취임 직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례적으로 부총리 집무실을 찾아 “김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치켜세웠다. 말뿐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이라며 ‘김동연 소외론’를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여전히 당·정·청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밀려나 있는 분위기다.

김 부총리가 모레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우리 경제는 지금 북핵,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한·미 FTA 폐기 조짐으로 사면초가다. 가계부채나 고용·소비 부진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맞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려면 어느 때보다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사령탑이 소외되는 정책결정 과정은 정상이 아니다. 경제정책 총괄은 부총리에게 맡기는 게 순리다. 김 부총리도 정치 논리에 맞서 원칙과 소신으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