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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온라인 중계..홍보? 매력 반감? '엇갈린 시선'

공연계 새로운 홍보 수단 급부상
'레드북' '신인류의 백분토론' 흥행
작품 따라 홍보 효과 미비한 경우도
영상 녹화 등 저작권 문제 공존
"장르 매력 살릴 중계 방법 고민해야"
최근 온라인 중계를 진행한 뮤지컬 ‘레드북’의 한 장면. 연극·뮤지컬의 온라인 중계가 공연계의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바이브매니지먼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몰랐던 좋은 공연을 안방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크든 작든 창작물을 무료로 공개하는 건 창작자의 열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난 1월 창작뮤지컬 ‘레드북’이 네이버TV를 통한 선보였다. 전막 실황 중계라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누적 시청수는 1만3756명. 중계 직후 티켓 판매율도 2배 이상 급증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근 연극·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가 ‘온라인 생중계’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 쇼케이스 등 ‘맛보기’ 공연을 중심으로 진행해온 중계가 최근 연극과 뮤지컬로 이어지더니 ‘전막 생중계’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온라인 생중계’가 생동감과 현장감이 생명인 공연의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가 예매율 증가로…“최선의 홍보 수단”

연극·뮤지컬의 ‘온라인 생중계’에 최근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다. 예술위는 지난해 6월 개최한 ‘원로연극제’로 선보인 연극 ‘딸들의 연인’을 네이버TV로 생중계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한민국 창작무대-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공연’(이하 창작산실)으로 선정된 뮤지컬·연극 등을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예술위 공연지원부의 신상미 과장은 “공연 기간이 짧은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네이버와 함께 실시간 생중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생중계 결과 ‘레드북’과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예매율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레드북’은 온라인 생중계 직후 예매처인 인터파크에서 예매순위가 2위까지 상승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생중계를 마친 뒤 공연 전 회차가 매진됐다.

온라인 생중계는 다른 공연으로도 이어졌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 정동극장 ‘적벽’ 등이 네이버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연극 ‘베헤모스’는 15세 이상 관람가인 특수성을 감안해 네이버 대신 페이스북을 선택해 생중계를 진행했다.

공연계에선 연극·뮤지컬의 온라인 생중계를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본다. ‘베헤모스’의 홍보마케팅 대행사 랑의 조수곤 팀장은 “스타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공연제작사 입장에서 온라인 생중계는 인터넷을 통해 공연을 알릴 수 있는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제작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다. 제작 단계부터 일반적으로 영상팀에 대한 비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레드북’을 실시간 중계로 접한 관객들은 “시간이 없어서 못 봤는데 다음 공연 때 꼭 다시 보고 싶다” “대극장 뮤지컬만 봐도 소극장 뮤지컬은 처음 봤는데 질이 정말 좋다” 등 댓글을 남겼다.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도 온라인 생중계만의 재미다. 다만 일부 관객은 공연의 현장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중계 방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전막 실황중계 모습(사진=창작산실 페이스북).


△저작권법 보호 필요…“중계 방식 고민 함께해야”

연극·뮤지컬의 ‘온라인 생중계’가 곧바로 마케팅 효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레드북’ ‘신인류의 백분토론’과는 달리 실시간 생중계가 예매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창작산실 작품인 연극 ‘혈우’는 실황중계 당시 온라인에서는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예매율 상승 결과는 얻지 못했다. ‘혈우’를 제작한 극단 M팩토리 기획팀의 이창훈 PD는 “작품에 따라 온라인 생중계의 효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생중계가 추후 공연을 찾아올 관객과 만날 기회란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신상미 과장도 “공연 특성에 따라 실황중계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네이버나 페이스북 등 기업체가 비용을 따로 부담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홈페이지 배너 디자인과 생중계 비용 등에 대한 비용만 부담한다. 온라인 생중계에 참여한 플랫폼 업체가 중계 플랫폼을 제공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보기처럼 콘텐츠 제작사가 플랫폼 업체에서 저작권료 등 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서야 하는지 해석에 따라 다른 논란의 소지도 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예방책도 필요하다. 네이버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생중계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연극·뮤지컬의 실황 영상에 대한 ‘다시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관객이 개인적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녹화해 이를유통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다. 실제로 ‘레드북’의 실황중계가 진행되던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영상 녹화를 언급하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홍보대행사 스토리피의 최소연 대리는 “온라인 생중계의 광고 효과가 크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공연장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을 실시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공연 자체의 희소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생중계가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현장성이 중요한데 온라인 생중계로는 이런 매력을 살릴 수 없다”며 “공연의 생생함을 살릴 수 있는 기술적인 뒷받침이 함께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상예술의 문법은 무대예술과 다르다.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치는 실황중계가 아닌, 영상 문법까지 고려해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