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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오해 살라'..움츠러든 '기부 큰손들'

CEO스코어, 500대기업 기부금 현황 조사결과
대기업, 올 기부금 9788억원..전년比 13.4% ↓
삼성전자·생명 등 삼성계열사 감소폭 두드러져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상적인 기부·출연도 뇌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기부금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부활동이 위축된 배경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찾았다.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기부금으로 곤욕을 치른 뒤, 자연스럽게 몸을 사리게 됐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과 SK 등 주요 그룹들은 투명성 강화를 약속하면서 기부금 집행 기준·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기부 등은 사전에 차단하는 식으로, 이른 바 ‘자체 검열’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기부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기부에 덜미 잡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의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 규모는 978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부금 규모가 1조1299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511억원(13.4%)이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인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올 들어 38.1%나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부금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정농단 불똥이 튀면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삼성 계열사들의 기부금 감소 폭이 뚜렷했다.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누적 기부금은 1705억원에 그쳐, 1년 전보다 1125억원(39.8%)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47억38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집행했던 삼성생명은 올해는 고작 1억4400만원에 그쳐 99.4%나 감소했다. 삼성물산(-70.1%)과 삼성화재(-80.1%), 삼성SDS(-98.3%) 등도 일제히 기부금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예년보다 기부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KT&G(-188억원), GS칼텍스(-170억원), 우리은행(-140억원), SK가스(-72억 원), SK네트웍스(-49억원), 대우건설(-49억원), LG디스플레이(-46억원)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모두 1년 전보다 기부금 집행을 줄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기부금을 40% 가량 축소했지만, 올해에도 기부금 총액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올해 집행한 기부금은 1705억원으로 2위인 SK텔레콤(579억원)의 3배에 달했고, 기부총액 2~5위를 합친 금액(1585억원)보다도 많았다.

기부금 3~10위 기업은 KT(448억원), 현대차(295억원), 호텔롯데(263억원), SK하이닉스(242억원), 포스코(227억원), 한국수력원자력(220억원), 우리은행(218억원), 국민은행(213억원)으로 조사됐다. 500대 기업 가운데 STX조선해양과 다우데이터는 3분기까지 기부금이 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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