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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이름 '최필녀'를 그대로 썼더라면

최필녀→최순실→최서원
2차례 개명도 뒤집지 못한 악운
'개선보다 개악'…운명 못 거슬러
'팔자 도망은 못한다'는 옛말처럼
사주·운세, 일기예보처럼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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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 인문학
전형일|400쪽|알렙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제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이름. ‘최순실’의 주민등록상 이름은 ‘최서원’이다. 2014년에 개명을 했다. 효과는 봤을까. ‘파동성명학’에서 볼 때 최순실을 최서원으로 바꾼 것은 나쁘지 않단다. 한글이름의 발음을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으로 변환해 이름이 가진 운을 따져보는 방법이 파동성명학이다. 이로써 풀어보면 최순실은 ‘금금금’이란다. 쇠가 서로 부딪치듯 역경이 많은 운이란 것. 이에 비해 최서원은 ‘금금토’. 흙이 쇠를 도와주기 때문에 비교적 원만한 이름이라고 했다. 다만 결정적 허점이 있었으니 시기다. 개명에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악운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단 얘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최순실 이전에 또 다른 ‘원래이름’이 있었다는 것. ‘최필녀’다. 이번엔 ‘수리성명학’으로 따져보자. 한자이름의 획수를 여러 방식으로 더해 운수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한자로 최필녀(崔畢女)는 잔머리가 뛰어나나 재물이 모이지 않고 가족·배우자와 이별하는 운이란다. 학자들은 아마 그래서 최순실로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최순실(崔順實)도 그리 순탄한 이름은 아니다. “영웅호걸의 운으로 잠깐 부귀는 누리겠으나 세력이 빈약해 곧 어려움이 닥치는 이름”이라고 정리했다. 최서원의 경우에는 한자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어려운가 보다. 하지만 이후의 운세로 역추적은 가능했다. 그간 쌓아둔 부를 안전하게 갈무리하자는 의미라면 ‘崔瑞原’(최서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믿어도 되는 사실인가. 일리가 있다. 명리학이 그렇게 이른다. 명리학은 한마디로 사주팔자로 인생의 길흉화복을 파헤치는 학문이다. 생년월일시라는 네 가지 인생의 기둥인 사주를 60갑자로 변환해 사람의 성격·자질·부귀빈천을 추론한다. 단순히 점술로 앞날을 내다보는 테크닉과는 다르다. 자연법칙·사람관계 등의 이치를 ‘학’과 ‘술’을 이용해 다각도로 예측하는 시스템이란 것이다.

명리학자이자 철학박사인 저자가 테크닉에서 나아간 시스템으로 명리학을 해석했다. 60갑자를 통해 무려 51만 8400가지 경우의 수를 기반으로 정립한, 고도로 체계화한 학문이란 점을 바탕에 깔았다. 책은 그 가짓수를 20가지로 추려 골격을 잡았다. 세상사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음양, 오행, 띠·나이, 일진, 삼재, 궁합, 관상, 작명·개명, 주역, 육친 등이다.

▲‘소나 타는 차’ 안 되려 ‘쏘나타’?

이름의 강점이자 약점은 ‘지속성’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물론이고 죽어서까지 따라다닌다. 강렬하다. 사람의 이름은 때로 그의 전부가 된다. 굳이 그와 일치시키려는 동일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부터 작명을 중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름과 명운’의 공식이 비단 동양의 것만은 아니란 거다. ‘이름과 성공의 관계학’은 서양에도 종종 등장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 등이 메이저리그대회에 참가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름과 그 선수가 삼진아웃된 수를 비교했단다. 그런데 K로 시작하는 이름의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삼진아웃 확률이 높더라는 거다. 보통 야구에서 삼진아웃은 ‘K’로 표시한다. 우연이 아니더란 뜻이다. 서양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자신의 이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은연중에 쉽게 의지를 꺾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단서”라고 분석했다.

‘하늘은 쓸모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내지 않는다.’ ‘명심보감’의 문구를 인용하며 저자는 풀조차 이름을 가졌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느냐는 주장을 편다. 더 나아가 상품은? 국내 중형차시장에서 여전히 인기를 끄는 모델로 ‘SONATA’가 있다. 그런데 ‘소나타’라는 통상적 한글표기를 깨고 ‘쏘나타’다. 사정이 있다. ‘소나타’가 ‘소나 타는 차’라는 의미를 연상케 한다는 심리적 저항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름에 목을 매는 이들의 목적은 비교적 명확하다. 운명을 바꿀 수 없으니 이름이라도 바꿔보자는 계산이다. 자신을 비롯해 딸·조카까지 이름잔치를 벌인 최순실 일가의 수장 격인 아버지 최태민은 생전에 무려 6차례나 개명을 했다. 그러나 최씨 일가의 개명폭탄을 두고 작명전문가들은 ‘개선보다 개악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노력은 가상하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소리다. 결국 명(命)은 명(名)보다 강한 모양이다. 최순실이 최필녀로 살았어도 그다지 바뀔 운은 없었겠다 싶은 거다.

▲보톡스를 맞으면 운이 좋아질까

관상으로 따지는 운도 있다. 관상은 얼굴 안에서 이마·코·턱으로 나눠 초·중·말년의 운기를 본단다. ‘상’(相)은 얼굴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체’(體)상이란 것이 있단다. 목·가슴·목소리·걸음걸이 등에 배어있는 기(氣) 말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으니 ‘균형과 조화’란다. 얼굴·체형이 균형과 조화를 이뤘다면 인생의 모습 또한 균형과 조화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관상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대개 관상을 볼 줄 안단다. 나이가 들수록 적중률도 높아지고. 어떻게? 얼굴에는 사람의 내면이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인위적으로 ‘상’을 바꾸면 어떻게 되나. 성형수술로 인상을 바꾸면 운명도 바뀌나.

이 부분에서 저자는 ‘열린 마인드’다. 성형수술도 적극적인 개운법 중 하나라고 했다. ‘생긴대로 산다’며 현재의 모습에 운명을 맡기지 말고 약간의 변화로 운세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방점은 마음에 찍었다. 얼굴을 바꿔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성공적인 운세개척이란 말이다. 중국 당나라 때 마의선사를 인용해 힘을 실었다. “물상은 관상보다 못하고, 관상은 혈색인 찰색보다 못하고, 찰색은 마음의 변화상인 심상보다 못하다.”

▲“운세 봐라. 단 일기예보 정도로”

저자는 명리학이 종교와는 다르다는 점을 줄곧 강조한다. 종교가 죽음 이후를 담당한다면 명리학은 철저하게 현실의 삶에 뿌리를 둔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동강령도 바로 나온다. “사주·운세를 맹신할 게 아니라 일기예보 정도로 여겨라. 그것이 생활의 지혜”라고 했다. 다시 말해 명리학은 뭘 믿고 말고 할 게 아니란 거다. 현재에 충실할 수 있게 적절한 지침을 주는 전통 학문체계니까.

‘팔자 도망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도 있다. 맞다. 개에게도 있는 팔자가 사람에게 없을 순 없을 거다. 그럼에도 ‘운명을 알면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나를 알면 남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팔자니 운명이니 해도 믿을 게 아니라 이해해야 할 거란 뜻이다. 때리는 게 뭔지, 언제 맞을지 알고서라도 맞으면 아무래도 덜 아플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