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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엔 제재로 안되면 우리도 결단 내려야

논설 위원
‘혹시나’ 했던 유엔의 새 대북(對北) 제재 결의가 ‘역시나’에 그쳤다. 이젠 우리도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엔 안보리가 어제 통과시킨 결의안 2375호는 대북 유류공급 30% 감축, 북한 섬유수출 전면 봉쇄, 노동력 신규송출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라고 평가하고 북한이 하루빨리 핵 폐기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9일 만에 속전속결로 새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북한의 ‘생명줄’인 유류를 제재 대상에 처음 끌어넣은 것은 작지 않은 성과다. 동시에 인력과 섬유수출 차단 등으로 북한 정권의 자금줄까지 더욱 옥죄게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 보건대 이 정도 제재는 북한의 내성만 키울 뿐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 주도로 마련된 원안에는 해외재산 동결과 외국여행 금지 등 김정은·김여정 남매에 대한 제재와 원유 전면 금수, 북한 선박 공해상 강제검색 등의 ‘끝장 처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솜방망이로 낙착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에는 반대하나 그렇다고 망하기까지 해선 곤란하다는 게 이들의 속셈이다.

이로써 유엔 제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확연해졌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우리 스스로의 핵 억지력 확보뿐이다. 이 상황에서 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든, 독자적 핵무기 개발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자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다. 아마도 핵무장 관련 사안을 미주알고주알 까발릴 수 없어 그렇지 안보·국방 당국은 이미 필요한 조치에 착수했으리라 믿고자 한다.

차제에 중국과 러시아에도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곧바로 한국과 일본, 나아가 대만까지 자극해 동북아 지역의 ‘핵 도미노’를 촉발하는 뇌관일 뿐이다. 철부지로 날뛰는 북한을 앞세워 미국을 골탕 먹이려다 자기들 코앞에 핵무기가 잇따라 배치되는 사태를 자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핵무장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돌아가는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