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법조/경찰

[기자수첩] 괴물된 검찰 잡으려 변종 괴물 만드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18일 사실상 정부안으로 공개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여러 말들이 나온다. 대체적인 의견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슈퍼 갑(甲) 사정기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공수처가 ‘제 2의 검찰’이나 ‘옥상옥’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검찰과의 인사 교류를 제도적으로 차단했다. 개혁위는 공수처 검사를 현직 변호사만 맡을 수 있게 한 게 대표적이다. 특별검사팀 검사처럼 검찰에서 파견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공수처 검사를 그만두면 3년간 검찰청으로 갈 수 없다.

여기에 검찰 출신 변호사가 전체 정원의 절반을 넘지 못하게 제한을 뒀다. 검찰 출신들이 조직을 장악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판사 출신 변호사나 검·판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로 절반을 채워야 한다.

정부는 검찰 출신을 절반이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절반이나 채우면 다행일 듯 싶다. 임기 6년짜리(6년 중임가능) 공수처 검사가 되기 위해 검찰청에 사표를 던질 현직 검사가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이다. 처우도 문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공수처로 데려오려면 처우가 그만큼 괜찮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인위적 제한 때문에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최고의 칼잡이들을 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한만큼은 막강하다. 공수처 검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검사에 부여하는 직접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공소제기·유지권 등을 동일하게 갖는다. 경찰·검찰과 수사가 겹치면 우선 수사하고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전관예우, 개인비위, 정치수사 등 검찰의 병폐가 과도한 권한 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수처에 이런 ‘특권’을 부여해도 될 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괴물이 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더 막강한 권한을 틀어쥔 ‘변종’ 괴물을 만들었다. 권력기관의 개혁은 제도의 개선을 통한 권한분산에 있다는 기본 원칙을 무시한 이번 개혁안이 제 효과를 낼 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