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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덕 칼럼]한국 제조업 흥망 열쇠 쥔 한국GM

월 9천대 못 팔며 ‘빨깐 불’
3년 누적적자 2조원 ‘강시’
노조, 매년 임금인상 압박
17일 매각방지조항 만료
노조 안 바뀌고 철수하면
날라갈 일자리 누가 책임지나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 옛 대우자동차는 에어컨이 빵빵한 것으로 유명했다. 대우차는 ‘세계경영’을 주창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꿈이 녹아있는 회사다. 미군 폐차 수리업체 신진자동차가 전신. 라노스 누비라 다마스 마티즈 레간자. 꽤 유명한 모델들이 줄줄이 나왔다.

대우는 1971년 GM과 첫 번째 결혼을 했다. 1992년 이혼한 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우그룹 해체과정서 대우차는 미국 1위자동차업체인 GM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결혼인 셈. 2002년 GM대우가 출범했다. 국내 브랜드는 그대로 ‘대우’를 썼다. GM은 모두 구원투수로 한국시장에 들어왔다.

2009년 GM본사가 파산보호신청이라는 격랑을 겪으면서 ‘뉴GM’이 출범했다. 때맞춰 한국엔 GM대우가 지워지고 한국GM이 새로 탄생했다. 브랜드도 ‘쉐보레’로 바뀌었다.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기존 대우차 소유자들이 ‘쉐보레’로 차 브랜드를 바꾸는 바람이 분 것이다. 쉐보레가 더 멋져 보였나. 그게 소비자 심리다.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다. 오는 17일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매각 거부권’이 종료될 예정인 점이 ‘찻잔 속 태풍’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 거부권은 산은이 2002년부터 보유해온 귄리로 GM의 독단적 철수를 막아온 근거였다. 게다가 이회사의 펀더멘털 자체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점도 철수설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한국GM은 지난 달 내수시장에서 8천991대를 팔아 창사 이래 처음 쌍용차에 뒤졌다. 이회사가 국내시장에서 9000대도 못 판 건 5년8개월만이다. 강성 노조도 GM본사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 한국GM은 3년간 2조원대 적자를 내 자본잠식 상태인데 노조는 “성과급 2000만원 더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한국자동차 산업이 풍전등화다. ‘맏형’현대자동차가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역주행 중인 가운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뿌리 중 하나인 한국GM이 흔들리면서 ‘일자리 산실’이던 자동차 산업이 ‘일자리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GM 철수설은 상상만해도 섬뜩하다. 이 회사는 글로벌 GM그룹의 일원으로서 경차 및 소형차의 개발거점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한국GM은 부평, 군산, 창원, 보령 등 국내 4개 사업장에서 연산 92만 대의 완성차, 140만 대의 엔진 및 변속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요 차종은 스파크, 크루즈, 말리부, 알페온, 트랙스, 올란도 등이다. 국내 사업장 4곳에 근무하는 1만6000여 명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약 30만 명이 일하고 있다. 4인가정을 전제로 GM이 철수하면 단순계산으로 126만 명의 생계가 막막해 진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강성 노조, 통상임금 소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십자포화를 맞으며 그 포연 속으로 진입 중이다. 시계제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나섰다. 일자리 마중물 역할을 위해 공무원 수를 늘리고, 벤처에 역대 최대 자금을 살포해 창업 붐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4차 산업 분야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도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할게 있다. 있는 일자리를 잘 보전하는 거다. 우선 글로벌 초경쟁이라는 변수보다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수를 바로 잡는 게 시급하다. 군살을 빼는 것이다. 우선 강성 노조의 변신이 필요하다. 노조는 고통분담하고, 생산성 향상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주인 없는 시절,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입이 벌어질 정도로 생산성을 끌어올린 일은 유명하다. 그게 경쟁력의 토대가 됐다. 고통을 나누고 노력하면 뒷날 보상을 받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GM이 철수하면 현대 등 다른 자동차회사가 속으로도 웃을 일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의 장송곡이 될 수 있어서다. ‘쉐보레’브랜드라도 ‘메이드인 코리아’가 많아져야 일자리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