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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들의 집단행동, ‘사법파동’ 걱정된다

논설 위원
판사들의 집단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자칫 ‘사법파동’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문조사에 개입했고, 이에 반발한 판사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의혹에서 촉발된 움직임이다. 판사들은 ‘블랙리스트’의 존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미 한 차례 조사가 진행됐지만 제대로 이뤄졌느냐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법원 진상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일부 ‘부당 지시’에 관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사 보복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발표 이후 전국 지방법원 판사들이 연이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문제가 된 설문조사가 대법원 일각의 신경을 자극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해 실시한 조사에 전국 법원에서 500여 명의 판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느닷없이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 가입을 정리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더구나 연구회에 소속된 판사의 인사가 번복됨으로써 의혹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사표 소동까지 일어난 마당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 걱정이다. 가뜩이나 사법부 판결이 일반 민의와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러다간 양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작지 않다. 건전한 문제 제기는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조직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나타나서는 곤란하다.

주목되는 것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한 대법원의 후속 움직임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내주 소집돼 이 조사 내용을 심의·검증한다는 것이다. 일선 판사들이 제기한 의혹에 나름대로 판결문을 내놓는 셈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이번 사태가 명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대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려 소속 법관들조차 설득하지 못한다면 사법부의 신뢰는 더 논의하나 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