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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킹맘]법 위에 '사내눈치법’…임신 순간부터 ‘눈칫밥’

동료 눈치·회사 분위기 탓 '유연근무제 사용 못해' 72%
인사담당자 45.6% "육아휴직 사용자에 불이익 줬다"
"임신·출산 직장내 차별 제재해야 추가 자녀계획"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편집자주]일하는 엄마는 전쟁 중이다. 회사와 가정, 학교가 모두 전장이다. 전우는 없다. 회사와 집안일, 아이 교육까지 떠맡아 고군분투하는 삶이 대한민국 워(WAR)킹맘의 일상이다. 저출산과 경력단절 여성 문제의 해법은 ‘일하는 엄마가 행복한 세상’이다. 이데일리는 회사와 가정, 사회에서 워킹맘이 처한 현실을 조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연중기획을 연재한다. 그림에다(grimeda) 심재원 작가가 함께한다.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네 살 배기 딸을 키우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 9년차 직장인 이경은(가명)씨는 얼마전 둘째를 가졌다. 기쁜 마음도 잠시. 당장 둘째 임신 소식을 회사에 언제 알릴지 눈치를 보고 있다. 두 달 전 같은 부서의 동료가 육아휴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회식 자리에서 “요새는 여직원들의 출산 계획을 파악해서 업무배치를 해야겠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결원이 너무 많아 남자 위주로 직원을 뽑았으면 좋겠다”는 팀장의 푸념을 들었다. 싱글인 동료들은 여자·남자 할 것 없이 인력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동료의 육아휴직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12년차 직장인 박경미(가명)씨는 지난달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후 마음속에서 사표를 여러 번 썼다. 학부모 총회, 녹색어머니회, 상담주간, 급식 모니터링 등 학교를 찾아가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 업무시간인 탓에 반차라도 내지 않으면 참석이 어려웠다. 물론 박 씨는 20일 이상의 충분한 연차가 있다. 하지만 “아이 학교 때문에”라며 일주일만에 두번째 휴가를 신청한 그 순간부터 부장이 “휴가를 너무 자주 쓰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결국 그 다음 학교 행사는 휴가를 내지 못했고 부부싸움 끝에 아이 아빠가 병가를 내고 대신 참석했다.

아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직원 출근시간을 늦추는 등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생활 균형)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정부 또한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이같은 제도 확산을 독려하며 재정을 쏟아붇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 기업에선 제도만 있을 뿐 사용은 불가능한 ‘그림의 떡’으로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8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정규직 여성 근로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유연근무제 도입과 제도 활용간에 큰 연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절반(49.7%)이 직장에 시간근무제가 있지만 대부분이 ‘제도사용이 어렵다’(72.4%)고 답했다. 실제 활용경험도 22.7%로 매우 낮았다. 시차출퇴근제 역시 44.1%가 있지만 55.9%는 ‘활용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유연근무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동료 및 직상상사의 눈치(31.4%) △회사 분위기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20.1%) △대부분 팀워크로 일해야 해서(14.8%) △승진, 근무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13.5%) 등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차이가 컸다. 공공부문 여성 근로자의 첫째아이 출산시 육아휴직 사용률은 88.8%였지만 민간은 53.2%로 조사됐다. 35.6%포인트나 낮다. 1~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여성종사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39.7%에 그쳤다.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이유는 △낮은 육아휴직 급여로 인한 경제적 부담(27.5%) △육아휴직 복귀 후 임금 및 고과평가 등 차별대우(21.4%) △업무 인수인계 인력(대체인력) 부족(16.9%)순으로 나타났다.

워킹맘들은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눈치와 차별대우를 받는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인사 담당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5%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고스란히 불이익으로 이어졌다. 45.6%의 기업이 육아휴직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는 △퇴사 권유(44.7%)가 가장 많았고, △연봉 동결이나 삭감(28.5%) △낮은 인사고과(25.1%) △승진 누락(22.9%)△핵심 업무 제외(15.9%)△직책 박탈(3.7%)순이었다.

장진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임신· 출산으로 인한 차별은 추가 자녀계획의 장애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대한 적극적 조치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강제할 법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