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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자는 기업에 맡겨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7월 초부터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반도체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V낸드(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을 삼성이 처음 발표한 시점은 2012년 7월이다. 당시 삼성은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100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해 ‘단군 이래 최대 투자’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상황을 보면 삼성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삼성의 투자 발표 직전인 2012년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4.4%로 압도적 1위였고 일본 도시바가 2위(23.9%)로 뒤를 이었다. 당시 낸드플래시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가격은 떨어지고 재고가 쌓여, 도시바는 30% 감산 결정까지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의 투자 판단은 5년이 지난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올 들어 메모리 시장은 ‘슈퍼사이클’에 접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제품 가격은 다락같이 치솟았다. 선제 투자를 지속해온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에서 38.0%로 1위 자리는 굳건히 지켰다. 반면 도시바는 16.1%로 2위 자리를 간신히 유지했지만 메모리사업부 매각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5년 전엔 순위권에도 없던 미국 웨스턴디지털(15.8%)은 샌디스크 등의 인수합병(M&A)를 통해 3위로 급부상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8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V낸드 등에 대한 기술 유출 우려를 내비치며, 중국 투자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해 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에 투자를 독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업은 ‘졸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철저한 수요 예측과 시장 조사를 통해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는 전문가인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