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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네이버를 재벌과 달리봐야 하는 이유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네이버는 보수적이다!” 이 말에 의아해하는 게 당연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홈·자율주행차·딥러닝 등 각종 기술개발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 하루평균 240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대표 인터넷회사를 두고 ‘보수적’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네이버가 보수적’이라고 단언한 배경에는 네이버가 사회통념의 프레임에 서서히 함몰돼 가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막상 네이버와 업무를 추진해봤다면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적인 모습을 본 것뿐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먼저 네이버의 의사결정은 외부 시선으로부터 시작된다. ‘포털공룡이 여론을 조성한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은 네이버를 ‘결정장애’에 빠지게 했다. 사회여론에 밀려 ‘밖에선 어떻게 생각할까’란 자기검열에 빠진 네이버는 주요 결정을 쉽게 할 수 없게 됐다. 인터넷바다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네이버가 여론의 시선에 갇혀 지속적인 항해를 하기 힘든 구조가 된 것이다.

최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대기업 총수 지정 문제가 결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대기업으로 규정해 공시대상 기업진단으로 삼으며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총수)으로 특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네이버로선 그동안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일부 재벌그룹과 다른 행보를 보인 창업자의 노력을 무위로 끝낼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실제 이해진 창업자가 가진 네이버의 지분은 4.31%에 불과하다. 네이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주주는 10.61%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또 외국계 자산운용사 에버딘이 5.04%, 블랙록이 5.03%다. 최대 주주는커녕 공시 의무도 없다. 물론 창업자가 주요 임원진을 자기 사람으로 앉히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절대권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대 주주로서 네이버를 ‘소유’하는 것과는 다르다.

경쟁자라 할 이재웅 다음 창업자조차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상적인 지배구조다. 정부는 이런 기업을 대기업이나 총수로 지정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정부가 이해진 창업주를 네이버 총수의 동일인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그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만들려 한 노력이 여론과 통념에 막혀 막을 내린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네이버가 시도할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기업의 자율화다. 이를 지켜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면 디지털생태계에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기업이 탄생하기란 요원하다. 단순히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의 총수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앞으로 네이버와 같은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IT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9월 1일 공시대상 기업집단과 함께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이 지정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디지털생태계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유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