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작은육아]'인정하고 기다리고 함께하라'… 좋은 아빠 5계명

작은육아 3부 '어린이집부터 아빠육아까지'
①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
②육아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부담감을 이겨내라
③나누면 쉬워진다..공동육아로 부담을 줄여라
④아이와 최대한 많이 시간을 보내라
⑤아이와 함께 다양하 환경을 겪고 경험하라
(왼쪽부터)권오진(58) 아빠학교장과 심재원(활동명 ‘그림에다’) 육아 웹툰 작가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즐겁게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육아에 관심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남성들도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좋은,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굴뚝 같은 마음과는 달리 아이에게 다가서는 것조차 어렵다는 아빠들이 대부분이다.

권위적인 아버지, 일에 매여사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세대인데다 학교, 일상에서 이를 대신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이와 아빠가 함께 성장해나갈 수밖에 없다. 초보 아빠를 거쳐 어느새 ‘아빠 육아 멘토’가 된 두 아버지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아빠와 아이 하나되는 ‘공동 놀이 육아’ :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장성한 딸과 아들을 둔 육아 26년차 베테랑 아빠인 권오진(58) 인성발달연구소 소장(아빠학교 교장). 그는 2009년 아버지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육아·놀이 정보 커뮤니티인 ‘아빠학교’를 설립해 그가 연마한 육아 전략과 놀이를 초보 아빠들에게 전파 중이다. 일반 회사원이었던 권씨는 밤낮 없는 일상 속 짧은 시간이나마 아이들과 함께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기 위해 수천가지 놀이법들을 고안해냈다. 아이들 반응이 좋자 자신처럼 육아로 막막해하던 아빠들을 모아 놀이법들을 전수해준다는 게 어느덧 누적 온·오프라인 회원수 1만 5000명 이상의 대규모 커뮤니티가 됐다.

권 소장이 개발한 놀이식 육아법들이 복잡하고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자고있는 아이 손을 한 번 만져주고 출퇴근 하는 ‘취침 놀이’, 하루 한 번 1분 전화하는 ‘전화 놀이’ 등 단순하고 짧은 놀이들이 대부분이다.

권 소장은 “‘육아’라는 개념 자체를 막연히 막막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느껴 회피하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며 “육아를 아빠 자신이 오롯이 짊어지고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부터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기다려줄 수 있는 아빠가 그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밥을 먹는 모든 행위들을 부모가 일방적으로 이끌 필요는 없다. 권 소장은 아이들의 행위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이를 하나의 놀이로 승화시켰을 때 아이의 학습효과도 오르고 이를 훈육하는 아버지 자신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컨대 다독(多讀)하는 아이로 성장시키기 위해 책들을 미리 산 뒤 읽게 하는 것보다 대형 서점을 데려가 아이가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올 수 있게 안내하는 아빠가 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러 부모, 아이들과 교류해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역시 효과적인 육아 전략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1996년 짊어진 육아 부담을 같은 처지인 이웃들과 나누고 당시 네 살인 딸아이에게 골목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또래 아빠들과 주말마다 공원에서 만나 함께 뛰어놀던 것이 아빠학교의 시초다.

이 모임은 대규모 아빠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 특히 1박 2일 무인도 체험 여행은 2013년 MBC 육아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모델이 됐다.

권 소장은 “육아가 부모와 내 아이 일 대 일의 관계, 집 안 거실의 영역에 한정돼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육아 우울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아빠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갈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육아법을 공유하며 관계를 확장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 자신부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권 소장은 “부모 본인이 행복하고 좋지 않으면 아이도 불행한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며 “아이에게 어떤 소양을 심어주려 하기 전 부모 자신부터 그런 소양을 갖춘 사람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른쪽 위)아빠학교 놀이프로그램에 참가해 즐거워하는 아버지와 아이들(사진=권오진 아빠학교장), (왼쪽 아래)
‘그림에다’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심재원 작가가 그린 육아 일러스트.(사진=그림에다 페이스북)
◇아이의 하루를 채우는 아빠의 공간과 시간 : 심재원 육아 웹툰 작가

13년 간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아빠는 아이와 추억을 쌓고 시간을 보내려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냈다. 쪽잠을 자며 일러스트와 짧은 글로 남긴 그의 육아 기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그 기록이 쌓이고 쌓여 몇 권의 책이 됐다. 어느덧 구독자 6만 5000명, 육아 웹툰 그리는 일이 본업이 됐다. 육아 5년차 아빠이자 ‘그림에다’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심재원 작가의 이야기다.

그는 5세 아들 이든이가 태어난 직후 육아 휴직을 냈다. 육아에 전념하는 아빠의 삶은 쉽지 않았다.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남기고 싶었으나 잠시만 눈을 돌려도 아이가 울며 보채는 탓에 창작을 병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묘책이 전공인 그림이었다. 심 작가는 “아이와 쌓은 사소한 추억 한 조각도 흘려보내지 않으려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이 기록이 육아를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다른 아빠들에게도 도움과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 SNS로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아들과 함께 하며 두사람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었다.

심 작가는 “아이와의 산책, 장난감 놀이 등은 어찌보면 사소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들이다. 그러나 그게 하나하나 쌓이면 어느 순간 아이도 자신의 하루속에 아빠와 함께 하는 정해진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며 “아이의 하루 속에 아빠만의 시간과 공간이 생기는 순간부터 아빠의 역할, 엄마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아빠만의 담당 업무와 관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심 작가는 “공을 들고 던지며 아이와 게임을 하고 날이 따뜻해지면 미술관이나 고궁을 다녔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있으면 흥미로운 놀이 활동을 할 수 있음을 깨닫고 아빠와의 시간을 즐거워했다”며 “집에 있을 때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거나 다양한 것들을 그려보게 하고 그려도 주었다”고 했다.

일상을 함께 하면서도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난해 한 달 간 핀란드 여행을 다녀온 것이 그 때문이다.

심 작가는 “한국과 해외의 육아 제도와 문화를 몸소 비교하면서 아이에게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아내와 나 자신도 이를 통해 성장하고자 도전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육아가 내 힘만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쉬운 문제였다면 이런 고민들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며 “육아의 생소함과 어려움을 인정하고 배우자와 함께 참여하고 배워나가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