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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대부업 상한금리 내리면 불법사금융 판친다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호 회장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 최근 대부업법상 상한금리를 연 27.9%에서 25%로 먼저 인하하고, 2021년까지 20%로 낮추겠다는 보도가 있다. 이 소식에 대부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곳은 6천여개의 영세 대부업자들이다. 그들은 상한금리가 인하되면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어느 개인 대부업자는 “사채업자라는 말이 듣기 싫어 정부에 등록하고 영업을 해왔는데, 상한금리가 더 낮아지면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 대부업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상한금리가 크게 인하되면서 부실율이 높은 신용대출 사업을 중단하고 담보대출이나 채권추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저축은행 등 타 금융권으로 떠나가고 있다.

대부업계 위기는 과도한 상한금리 인하에서 비롯됐다. 66%였던 상한금리는 49%(2007), 44%(2010), 39%(2011), 34.9%(2014), 27.9%(2016)로 빠르게 내려왔다. 그 동안 자금조달 및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하며 버텨왔지만 이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임계점까지 몰려 버렸다. 폐업 말고는 달리 선택할 길이 사라졌다. 상위 30위 대부업체의 지난해 대출원가금리가 현행 상한금리 보다 높은 28.4% 라는 점이 대부업계가 처한 상황을 말해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한금리 인하 영향이 200만 대부업이용자에게도 미친다는 점이다. 그들은 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로 부족한 생활비나 긴급 의료비, 사업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을 이용한다.

상한금리가 인하되면 서민들이 낮아진 금리로 대출받을 거라 생각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대부업체가 대출심사를 강화해서 대부업 조차 이용 못하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이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상한금리가 인하된 이후 대부업이용자 중 저신용자(7-10등급자) 비중이 10%(6만명) 가량 감소했다.

대부업 문턱이 높아지면 서민들이 갈 곳은 영화 ‘화차’나 ‘피에타’ 등에 등장하는 불법사금융 밖에 없다. 한국갤럽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체가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동안 불법사금융 시장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금조달 등의 대부업 관련 규제를 철폐하거나 금융소외자에 대한 지원 대책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한금리만 인하하면, 합법 대부업에는 독약이 되고 불법 사금융에는 보약이 된다.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상한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상한금리가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힘든 만큼 높기 때문일까?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상한금리 수준은 높은 편이 아니다. 독일과 중국은 법정 상한금리가 아예 없고, 미국(페이데이론 200∼1,000%), 영국(페이데이론 288%), 프랑스(실질이자율 29%), 싱가폴(48%), 홍콩(60%)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사실상 일본 밖에 없다. 일본은 20여년간의 제로금리 시대를 지나 현재는 마이너스금리 체제를 맞고 있는 탓에 대금업체의 자금조달비용이 우리의 6분의 1 수준인 1% 밖에 되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단체 등은 부정확한 해외 사례를 근거로 우리 상한금리가 매우 높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상한금리를 29.2%에서 20%로 낮춘 일본은 혹독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4000여개에 달하던 대부업자가 1천800여개로 감소하고, 총여신잔액도 반토막 나면서 불법사금융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치권에서 2011년부터 상한금리 규제를 다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사회적 저항이 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사회경제 단체들의 잇따른 청원으로 일본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현실에 맞게 금리체계를 재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실패한 일본의 과거 금리정책을 뒤쫓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서민을 위한 선의의 정책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