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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업종' 이라는데...동네서점 '붐' 이유는?

기존 동네서점과 차별화 시도
커뮤니티 형성, 강좌 프로그램 등 문화적 욕구 자극
주인의 사명감 없이 운영 어려워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선릉동에 문을 연 ‘최인아책방’의 내부 모습. 서점을 연 최인아 대표는 “서점을 커뮤니티 공간이자 동네의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대표적인 사양 업종인 동네서점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서인구와 가구당 도서구입비 감소, 온라인 서점과 스마트폰 등장 등으로 2000년대 이후 계속 동네서점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반전의 단초가 보이고 있다. 한국서점연합회에 따르면 2014년 11월 개정도서정가제 이후 소위 ‘트렌드책방’이 전국적으로 200여 개가 새로 생겨났다.

이들 서점 대부분은 빽빽한 서가에 단행본 외에도 참고서와 학습지 등을 팔던 기존의 동네서점과 달리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앞세워 ‘동네책방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서울의 동네서점 3곳을 찾아가 이른바 ‘사양 업종’에 뛰어든 이유와 개점 후 현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직접 들어봤다.

◇맥주와 함께 지적욕구 자극 ‘문화명소’ 목표

지난 13일 문을 연 서울 마포구 합정동 ‘세렌북피티’는 당인리발전소로 불리는 서울화력발전소 인근에 자리 잡은 99㎡(30평) 규모의 책방이다. 주인인 김세나(31)씨는 전 직장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다니며 약 1년 6개월여간 창업을 준비했다. 김씨는 “책방을 낸다고 하니 알고 지낸 출판사 직원들까지도 말렸다”며 “하지만 ‘출판사들이 이렇게 잘 만든 책을 내가 팔아주겠다’며 과감히 책방을 차렸다”고 말했다.

김씨가 책방을 내기 위해 고심한 것은 입지였다. 홍대 전철역 인근도 고려했지만 결국 당인리발전소 앞 토정로 대로변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화력발전소가 공원으로 바뀌고 홍대 상권이 상수동과 합정동까지 이어지면서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이나 용산구 해방촌의 ‘경리단길’처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부상할 것을 예상하고 내린 선택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문을 연 동네서점 ‘세렌북피티’는 당인리발전소로 불리는 서울화력발전소 인근에 자리 잡았다. 겉에서 보기에는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카페처럼 보인다(사진=김용운 기자)
전업 책방주인으로 변신한 김씨는 “손님에게 책만 팔아서는 임대료조차 낼 수 없다”며 “커피 등의 음료와 다양한 수입 병맥주도 같이 팔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SNS와 유튜브 등을 이용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토대로 문화 마케팅 에이전시 역할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비 해 놓은 책은 약 800종. 책은 김씨가 일일이 고른 후 김씨가 생각한 주제대로 분류했다. 가령 ‘화이트데이’를 맞아 ‘당신의 봄은 어느 쪽이세요’ 라는 코너를 만들어 싱글과 커플을 위한 책을 배치했다. 김씨는 “서점은 소비자들의 지적욕구와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 작가의 강연도 들을 수 있는 토정로의 문화명소로 키우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심리·인문’특화…한 달에 1종만 판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주택가 골목길에 지난 3일 문을 연 ‘서점 림’은 심리·인문서점을 표방했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판매하는 소위 ‘한 책 서점’이다. 정신분석가로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운영하는 이승욱 박사와 후배인 다큐멘터리 감독 황정한(32)씨가 공동으로 창업했다. 황씨는 “한 주에 한 권의 책만 선정해 파는 일본 도쿄 긴자의 모리오카 서점 모델을 참고했다”며 “깊이 있는 독서, 긴 호흡의 독서라는 지향점에 기대를 가진 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업과 동시에 처음 선정한 책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열린책들)이다. 3월 한 달 간 매주 목요일 저녁에 이승욱 박사가 직접 ‘꿈의 해석’을 강독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전문가와 꿈을 해석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강독과 프로그램 참석은 유료다. 황씨는 “해방촌과 이대 앞 등을 고려했지만 우연치않게 체부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며 “서촌 아래 체부동 특유의 고즈넉함과 정적인 분위기가 서점이 지향하는 목표와 일치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서점 림’의 내부 모습. 심리·인문 전문서점을 표방한 ‘서점 림’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파는 이른바 ‘한 책 서점’이다(사진=김용운 기자)
약 33㎡(10평) 규모의 서점에 들어서면 작은 카페 같다. 5000원을 내면 일일 회원이 되어 음료 한 잔과 함께 서점에서 자체 제작한 ‘질문의 책’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12만원을 내면 서점을 작업실이나 독서공간으로 쓸 수 있다. 단행본을 팔아 수익을 내기 보다 장소 이용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수익 모델을 염두에 두었다. 황씨는 “책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생각하고 있다”며 “ 팟캐스트와 연동해 심리학과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아지트 같은 장소로 서점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유흥과 소비의 중심지에 뿌리내린 ‘강남책방’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문을 연 ‘최인아책방’은 어느덧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인 제일기획 부사장까지 올랐던 최인아(56) 대표가 후배 광고인 정치헌(53) 디트라이브 대표와 함께 의기투합해 유흥과 소비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에 약 231㎡(70평)규모로 개점했다. 최 대표는 “인생의 세컨드 커리어로 서점 운영을 꿈꿨다”며 “서점이 사양 업종이다 보니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서점을 강연과 공연, 담론이 오가는 ‘살롱’처럼 만들고 싶었다. 최 대표의 계획대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최인아책방’은 어느덧 300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동네서점으로 입지를 굳혔다. 최 대표는 “삶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인식이 없으면 서점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서점을 커뮤니티 공간이자 동네의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주인 스스로 문화적인 사명감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점을 여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최인아책방’ 내부 모습(사진=김용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