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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부모교육'이 필요한 이유

전미경 동국대 가정교육학과 교수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의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수유하고 안고 업느라 면소재의 옷을 입어야 하며, 아기 돌보는 힘든 노동을 감당하느라 머리카락은 늘 질끈 묶여있다.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특히 앞머리 쪽에 잡풀처럼 삐죽삐죽 잔머리가 소복하다. 잔머리는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다가 출산 이후 몸이 회복되면서 새로 난 것들인데, 그걸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묶이지도 않을뿐더러 잘 잡히지도 않는 엄마들의 잔머리는 이전에 겪었을 몸의 고됨과 앞으로 수고해야 할 시간들을 의미하기에 나도 모르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동국대 가정교육과 전미경 교수
부모가 되어 아기를 돌보는 일을 하다 보면 전에 안보이던 것이 보이면서 자녀가 자라듯 부모도 어른으로 성장한다. 부모 노릇이란, 돌봄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무기력한 아기를 자립적 성인으로 키워 떠나보내는 일이다. 자녀 양육은 노동의 강도가 세고 정해진 휴게시간도 없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또 잘하고 있는지의 불안한 감정을 수반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복병은 또 있다.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사랑은 절대적이고 맹목적이다. 그래서 중독성이 강하다. 아이가 주는 중독성 강한 보상을 받다보면 자꾸 무엇인가를 더 해주고 싶어 다른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거나 다른 아이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이상한 어른이 되기 십상이다.

부모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됨이란 본질적으로 약자를 배려하는 어른으로서의 행동과 함께,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사적공간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적윤리를 요청한다. 부모교육은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자녀를 둔, 혹은 둘 예정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부모교육은 남편과 아내, 자녀와 부모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가족생활교육이자 건강한 가족문화 형성으로 수렴되는 교육인 것이다. 주요 국가에서는 부모교육의 효과성을 익히 알기에 전생애주기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사회 전 방면에서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개 어린 자녀(0~5세) 돌보기, 자녀와의 의사소통 방법, 자녀의 좋은 행동 형성 등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라이벌 의식 없는 형제자매 양육(영국), 따돌림 방지를 위한 부모교육(미국)과 같이 부모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대만은 2003년 가정교육법을 제정하여 부모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일본, 대만,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활용하여 예비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미국 텍사스주 청소년 대상 부모교육이나 미시건주 청소년 대상 부모교육은 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교육하면서 특히 아버지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고등학교 내 정규교육과정을 통한 예비부모교육은 부모교육을 효율적·체계적으로, 또 저비용으로 실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기술·가정’ 교과목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에게 예비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교육과정 내 ‘기술·가정’ 교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위주의 교육 현실에 밀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활성화’ 노력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청소년 대상 예비부모교육은,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부모됨’, ‘부모노릇’, ‘부모-자녀 관계’ 등 가족교육 뿐 아니라 부와 모의 공동양육을 통한 양성 평등한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즉 ‘자녀’, ‘부모’, ‘가족’에 대한 건강한 민감성을 증진시켜 자신들도 가족의 일원임을 자각하게 하고, 나아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꾸려나가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내 사람들 사이에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적 유대가 공유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진짜 가족의 모습이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제도적 정책의 활성화가 필요한 것이다.

전미경 동국대 가정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