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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남 암살이 ‘박근혜 작품’이라니

논설 위원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사건의 여파가 국내외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정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으로, 김 위원장의 직접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이번 사건의 배경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시신 부검이 끝난 데 이어 용의자 추적과 체포가 속속 이뤄지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로 사건 전모가 얼마나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특히 사건의 발생시점에 주목한다. ‘북극성 2호’ 발사 바로 다음 날 암살사건이 자행됐다는 것은 북한의 돌출행동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방적 선제타격이나 ‘세컨더리 보이콧’ 등의 강경책 쪽으로 더욱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그동안 김정남의 후견인을 자처하던 중국도 평양을 괘씸하게 여기는 눈치가 역력하고 일본 역시 경계심을 바짝 돋우고 나섰다.

우리 정부도 그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어제와 오늘 독일 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일 장관들이 함께 또는 별도로 만나 공조를 모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의당이 그동안의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재고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사건이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에 예상 밖의 변수로 떠오를 여지도 배제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다만 온 세계가 경악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상황에서도 국내는 ‘가짜 뉴스(fake news)’가 기승을 부리고 각종 음모론이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딴 세상이라는 게 문제다. 지금 같은 탄핵 국면에서 ‘김정남 암살’이란 무모한 일로 이득을 볼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라는 게 이들 음모론의 요지다. 심지어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에서 벗어나려고 꾸민 일”이라는 황당한 내용도 버젓이 등장하는 판이다.

이럴수록 냉철한 분석과 차분한 대응이 요긴하다. 정확한 정세 분석과 투명한 소통은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에 놀아나는 것이야말로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망국병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