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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친인척 단속 선언부터 해라

논설 위원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임기를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이미 귀국에 앞서 캠프를 차리고 대선 출전을 위한 사전 준비활동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보좌진 진영의 윤곽도 일부 드러났다. 그를 영입하려는 여야 정당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이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아쉬운 것은 그가 ‘세계 대통령’을 지냈다고 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경력 위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내일 국립현충원 참배에 이어 광주 5·18묘지와 대구 서문시장, 진도 팽목항, 봉하마을 등을 방문한다는 일정도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념과 지역을 아우르겠다는 ‘국민통합’ 메시지로는 너무 평범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의 공관을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중요한 경제 공약의 밑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측근들이 ‘따뜻한 시장경제’를 불쑥 내세웠다가 슬며시 꼬리를 내린 마당이다. 대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부자 증세를 검토하겠다는 얘기가 캠프 주변에서 나돌고 있지만 오히려 포퓰리즘에 영합하려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전체적인 국가이익 증진에서 벗어나는 공약이라면 하등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이러한 정책 공약보다는 친인척들의 이권개입을 분명히 막겠다는 약속이 먼저 필요한 처지가 됐다. 동생인 반기상씨와 조카인 반주현씨가 뇌물증여 혐의로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부자가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의 직위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중이다.

반 전 총장이 일찌감치 집안 식구들에게 대외활동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막내동생 반기호씨가 지난해 보성파워텍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그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그것을 말해준다. 반 전 총장 자신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주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