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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기업 횡포에 불매운동도 못하나

논설 위원
영국 버버리 회사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일부 제품값을 평균 9% 내렸다. 그러나 원화 대비 파운드화 폭락치(1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홍콩에서는 이미 지난해 9월 홍콩달러 대비 하락분(9.7%)을 넘어서는 수준인 10~15% 인하했다. 외국에서는 재빨리 통화가치 하락분보다 큰 폭으로 인하했으면서 국내에서는 뒤늦게 그것도 ‘찔끔’ 내린 것이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횡포에 은근히 분통이 터진다.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는 외국 기업은 버버리만이 아니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으로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약 17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보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케아도 지난해 ‘서랍장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캐나다 등에서 즉각 관련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에서는 미적거리다 3개월이 지나서야 중지했다.

한국에서 폐 손상 가습기 살균제 판매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도 15년 만인 지난해야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옥시도 마찬가지다. 비자카드도 새해 들어 한국·중국·일본 가운데 한국 소비자의 해외이용 수수료만 1.0%에서 1.1%로 올렸다. 이밖에 샤넬·구치·루이비통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의 국내 가격이 외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건 얘깃거리도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 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가 지난 6일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고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독 한국에서만 갑질을 해대는 외국 기업도 못됐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잘못도 크다. 값이 비싸도 무조건 수입 명품만 찾는 그릇된 소비의식이 문제다. 뭉텅이로 바가지를 쓰거나 늑장 리콜로 무시를 당해도 판매량이 줄기는커녕 자꾸 늘어난다니 호갱을 자처하는 꼴이다. 당국의 허술한 소비자 보호정책과 돈벌이에만 급급해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혈안이 된 백화점·면세점 등의 한심한 행태도 한 원인이다.

소비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유명 브랜드에 맹종할 게 아니라 차별시정 요구, 집단 불매운동 등으로 오만한 기업을 퇴출시켜야 한다. 정부도 유명 브랜드 유통에 있어 폭리나 담합 등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조사해 부조리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외국 회사들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왕’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