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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WSJ 구독 해지를 못하는 이유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최근 들어 월초만 되면 온 가족의 눈총을 받는다. 한 달 3만원이 넘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 구독료다. “잘 보지도 않는 외국 신문에 왜 그리 돈을 쓰냐”라고 타박이다.

처음에는 호기있게 WSJ 온라인 구독을 신청했다. 두 달은 공짜라는 점도 혹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경제지를 직접 내 돈으로 본다라는 ‘쓸데없는’ 자부심이 ‘카드 긁기’를 부추겼다.

이같은 자부심도 변덕스러운 사람 마음을 고쳐놓지 못했다. 날이 따뜻해지고 볼 게 많아지면서 WSJ 읽는 날이 적어진 것. 탄핵, 대통령 구속, 대선으로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국내 정치 뉴스와 비교하면 WSJ 기사는 따분했다. ‘고급진’ 영어라는 벽도 높았다.

3월말 두 달 공짜 온라인 구독 기간이 끝났다. 슬슬 아까워졌다. 아내는 ‘어디서 고급 취미질?’이라며 구독 해지를 종용했다. 비싸다는 이유였다. 한국에서 한 달 3만원이면 무제한 VOD를 볼 수 있다. 신문 구독료는 보통 1만원 정도다.

구독 해지를 위해 WSJ 온라인판 고객 페이지에 가서 한참을 뒤졌다. 웹으로 가입했으니 웹으로 구독 해지나 탈퇴도 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아무리 찾아도 구독 해지나 탈퇴 항목은 없었다. 고객 페이지는 다운도 잘 됐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검색해봤다. WSJ 구독 해지는 전화로만 가능했다. 어떤 블로거는 홍콩지사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며 툴툴거렸다. 뉴욕타임스(NYT) 등 다른 외신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입은 쉬워도 해지는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 콘텐츠 업체들이 가입 해지 절차 안내조차 안했다면 어땠을까. 우선은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규제 기관이 나서지 않았을까. 언론의 매서운 질타도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WSJ는 외국에서 서비스를 하다보니 이런 것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명색이 글로벌 기업인데 한국 소비자들을 대놓고 우롱하는 것이다. 제품(콘텐츠)에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입이 자유로우면 탈퇴도 편하게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또 다른 갑질이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