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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미덥잖은 트럼프의 안보정책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연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사건 등으로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는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각국 외교장관들은 대북(對北)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잇달아 다자간, 또는 양자간 회동을 갖고 머리를 맞댔다.

왕이 중국 외무장관과 회동을 가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곧바로 한국과의 외교장관회담, 그리고 30분뒤 한국, 일본과의 3개국간 외교장관회담 등을 열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이해당사국들과 접촉했다. 이 자리에서 틸러슨은 중국측에게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북한을 압박해달라”고 촉구했고 한국, 일본과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의 대북 전략을 완전히 뒤엎는 매파(=강경파)적 스탠스를 보였다.

사실 이같은 미국측 입장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긴 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상원 인준청문회 당시 북한을 가장 중대한 위협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개발하겠다”며 “특히 북한 핵위협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국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선제타격론을 부각시켰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이달초 한국을 처음 방문해 “북한 위협에 효과적이며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과 국경을 곧바로 맞대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미국의 강경한 자세를 환영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핵 도발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예방적 선제타격론이 부상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외교적 레토릭(수사)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카드로 등장한다면 한반도는 양측간 전면전의 주 무대가 돼야 한다. 미국과 우리의 입장이 반드시 같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북한의 위협이 커질수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이어 한국에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거세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조기 대통령선거로 야권이 정권을 획득할 경우 한국과 미국간에도 심각한 엇박자가 생길 수 있다.

더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볼 때 우리 정부가 무작정 미국의 강경론에 편승하는 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역시 경제적 이익의 하위 개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과의 강력한 동맹을 약속하면서도 뒤로는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타이완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는 단번에 이를 존중하겠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도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듯하다가 이스라엘과의 정상회담에서는 `2국가 원칙`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외교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궁지에 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선택 가능한 대안이 모든 사라졌을 때 북한이 꺼내들 수 있는 파멸적 공격을 직접 감당해야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다. 또 천상 장삿꾼인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북측과의 협상을 모색한다고 돌아설 경우 제3자로 전락해 구경만 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가 가진 리스크다. 안보정책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미덥잖은 모습이다. 미국에 맞장구 치면서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우리로서는 활로를 모색하는 전략을 병행해야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