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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광수 끝까지 펜 놓지 않았다…'추억마저 지우랴' 유작돼

죽음 앞에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철학 담아
'카리스마' '여대생 Y 이야기' 등 단편 20편 묶어
5일 세상을 떠난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생을 마감한 마광수(66)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차기작으로 소설집 ‘추억마저 지우랴’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석전 어문학사 대표는 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작가는 올해 하반기에 ‘추억마저 지우려’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문학사는 마 전 교수가 최근까지도 책을 냈던 출판사다. ‘나는 너야’(2015) ‘인간에 대하여’(2016) ‘사랑이라는 환상’(2016) 등을 어문학사에서 냈다.

‘추억마저 지우랴’는 20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20편 모두 아직 세상에 공개돼지 않은 미발표 원고다. 대표작으로는 ‘카리스마’가 있다. 소심하고 세상을 무서워하는 한 여성이 마초적인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여기서 세상을 무서워하는 여성이 마 전 교수 스스로를 투영하는 것이라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이 소설집은 출간작업이 완전히 중지된 상태며 출판사는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유족과 출간 방향을 상의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작가는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세상과 타협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지막 소설집의 내용 역시 지금까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위신을 꼬집고 성의 개방을 좇는 내용”이라며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철학을 지키고 탄압하는 세상과 끝까지 저항하려 했던 인물”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마 전 교수의 삶에서 ‘저항’은 빼놓을 수 없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에는 대학교 학생 수 정원을 무조건 늘리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무조건 대학교 정원 늘리기가 수준 낮은 대학생들을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마 전 교수는 주장했다. 이후에도 문학계의 권위주의, 도덕주의, 엄숙주의, 국민 계몽주의적 문학, 위선 등에 대한 비판을 발표하면서 주변 작가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성의 개방성에 대해서도 계속해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돼 마 전 교수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됐다. 마 전 교수는 1992년 출간한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논란에 휘말리면서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직됐다가 1998년 복직했다. 마 전 교수는 검찰로부터 ‘건전한 성의식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음란물’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이후 문학계와 연세대에서 마 전 교수에 대한 따돌림이 시작됐다. 계속해서 교수 재임 심사에서 탈락했으며 학교에서는 대학원 강의도 맡기지 않았다. 윤 대표는 “3일 전 전화통화에서 작가가 계속해서 문학계와 갈등으로 괴로워 했고, 제자들을 보고 싶어 했고 외로워했다”며 “마 전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난해 8월 퇴임 이후 학생들을 보지 못하게 되자 우울증이 극심해졌다”고 전했다.

마 전 교수는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지난해 연세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며 약물을 복용했다며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인의 영결식은 7일 순천향대학 병원에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