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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 손으로 만드는 '장보고-III', 명품 잠수함의 비전을 품다

[이데일리] 잠수함. 신비함과 두려움의 감정을 동시에 유발하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신비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막연함과 생소함에서 기인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 대상의 본질과 가치를 인식하고 이론과 실제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이론적 수준의 접근을 뛰어넘는 직접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장보고-III’ 사업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하는 3000톤급 잠수함 건조 사업이다.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국가 핵심 전력으로서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사업 관계자들의 잠수함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이러한 취지로 장보고-III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은 2016년 하반기부터 방위사업청 주요 직위자 및 사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잠수함 승조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첫 잠수함 승조체험은 대한민국 해군의 제7기동전단이 주둔하고 있는 제주민군복합항에서 진행됐다. 제7기동전단은 제주민군복합항을 모기지로 하는 대한민국해군의 전략기동부대다. 7전단장과 참모진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제주민군복합항의 건설 과정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종무함 항진 모습 [사진=해군]
제주민군복합항만과 부대시설 견학 후 제주민군복합항에 정박해 있는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에 탑승해 둘러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함장의 안내로 함 전반을 둘러보는 가운데 말로만 듣던 이지스함의 거대한 규모와 그 안에 탑재된 막강한 첨단 무기체계의 위용에 압도됐다.

마침 세종대왕함의 건너편 부두에 정박해 있던 장보고(209)급 잠수함인 ‘이종무함’이 시야에 들어왔다. 승조 체험이 계획돼 있는 이종무함과 세종대왕함이 규모면에서 큰 대조를 이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승조체험을 위해 이종무함이 정박해 있는 부두로 이동했다. 부두에 가까워지고 잠수함의 형체가 뚜렷해질수록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이 참가자들의 표정에 역력했다. 실제로 잠수함을 타고 항해할 기회가 매우 드문 일임을 고려한다면 그들이 느꼈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신비함과 동시에 교차하는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부두에 도착해 이종무함 함장과 장교들의 안내를 받으며 육상과 잠수함을 연결하는 현문을 지나 잠수함 내부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가기에도 버거운 좁은 공간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승조원들의 모습 속에서 성숙된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다.

“출항!”

대양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포효하듯 큰 기적소리와 함께 드디어 기대하던 승조체험이 시작됐다. 얼마간의 수상 항해 후 마침내 기대하던 잠항의 순간이 다가왔다. 각자의 정해진 위치에서 잠항 준비에 임하는 대원들의 진중한 표정 속에서 엄숙함마저 감돌았다.

“충~수!”

잠항을 알리는 함장의 지시가 함 내에 울려 퍼졌다. 충수(充水)는 잠수함이 잠항을 하기 위해 주부력 탱크(Ballast Tank)에 해수를 채우는 절차다. 잠시 바깥세상과의 이별을 고하는 순간임과 동시에 함장을 중심으로 모든 승조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화 되는 긴장된 순간임이 느껴졌다. 고요함 속에서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과 행동을 읽고 있는 듯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수중에서 이제는 서로를 더욱 신뢰하고 의지해야만 하는 ‘공동 운명체’,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이었다.

잠수함 승조 체험에 참석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사방이 밀폐된 잠수함에서는 낮과 밤을 구분할 수가 없었으며 협소한 공간에서의 행동제한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육지에서의 대기와 동일한 조건의 생활여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들이 구비돼 있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부족한 함내 대기 사정으로 인해 밀려오는 졸음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식탁으로 사용하는 좁은 테이블은 회의장소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유일한 휴식공간이 되기도 했다. 잠수함은 은밀성이 생명이기에 미세한 소음조차 내지 않으려 일거수 일투족에 조심하는 승조원들을 보면서 웬만한 의지와 희생정신 없이는 인내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느꼈다.

잠항항해 중 점심식사 시에는 좁은 공간에서 옆 동료와 팔을 맞대고 좁혀 앉은 가운데 자리를 교대해 가며 식사를 했다. 많은 인원들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여유로운 식사도 어려웠다. 단 한 명의 조리장이 매일 전 승조원을 위해 네 끼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함장 다음으로 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에 한 명이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조리장은 극도의 인내와 절제가 요구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잠수함 승조원들을 위해 식단에 특별히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승조체험을 통해 잠수함의 항해와 장비운용 특성 뿐 아니라 승조원들의 어렵고 힘든 근무여건을 조금이나마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숙련된 잠수함 승조원들을 바라보며 체험 전 막연하게 품었던 긴장과 공포감은 그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잠항항해를 마치고 수면 위로 올라오니 어느덧 제주 앞바다의 먼 서쪽 수평선으로 해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맑고 시원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항해 중 바라본 그날의 석양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낼 첫 잠수함 장보고-III에 대한 기대를 품은 것처럼 더욱 뜨겁고 찬란하게 보였다.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 유지훈 소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