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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안철수, 물건너 가부렀제” 싸늘하게 식은 호남 민심

11일 광주에서 '안철수' 당권 도전 바닥민심 알아보니
"잘한 것도 없으면서 왜 나온댜"는 부정적 인식 지배적
가장 큰 이유는 '제보조작'사건.."명백한 자기회피"
2030조차 등 돌려.."당 대표 나오는 줄도 몰랐다"
10일 오후 광주 양동시장. 이날 만난 상인들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의 당권 도전에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사진=임현영 기자)
[광주=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갸(안철수)는 물 건너 가부렀제. 잘한 것도 없으면서 왜 나오는지 모르겄네.”

10일 오후 3시 쯤 찾은 광주 양동시장. 한마디로 썰렁했다. 33도를 웃도는 폭염에 손님은 커녕 상인들만 말없이 부채질했다. 시장 입구근처 A주단에서 10년 넘게 한복은 팔아왔다는 50대 김 모 씨는 ‘안철수’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이어 “잘한 것도 없으면서 뭔 낯으로 또 (당 대표)나오는 지 모르겄네”라며 “그런 샌님은 정치하면 안되여”라고 손으로 ‘엑스’자를 그었다. 그는 작년까지 국민의당을 지지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으로 돌아섰다고 했다.

국민의당 당권에 도전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보는 시선이 벌써부터 싸늘하다. 이날 호남에서는 냉혹한 민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바닥 민심은 안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5 ·9 대선 패배 후 제보조작 사건, 일부 의원 막말 등으로 이어지는 당의 행보가 ‘회생불가’라는 것이 주요 이유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탄생시키고, 또 대선에서 25% 안팎의 지지를 보낸 호남 시민들은 이제 안 전 대표에게 기대도, 관심도 두지 않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에게 실망한 이유는 ‘성과보다 잡음이 먼저 보였다’는 것이다. 양동시장에서 원목 상(床)을 파는 60대 김 모씨는 “우리가 작년 총선서 그렇게 밀어줬다만 정작 한 것이 없지 않느냐”며 “‘새정치’도 뭐 말만 새 정치지 뭐...”라고 말끝을 흐렸다. 시장에서 만난 40대 주부도 “정작 생각나는 대선 공약이 없다”면서도 “반면 지난 TV토론회에서 유아적인 모습에 가족 모두 경악했다”고 언급했다.

시민들이 안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는 단연 ‘제보조작’사건이었다. 최종 책임자면서 책임지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지지자들조차 “명백한 자기회피”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뽑았다는 40대 택시운전사는 관련 질문에 한숨을 먼저 쉬며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책임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 젊은 층마저 안 전 대표에게 마음을 닫았다. 실망을 넘어 아예 관심없는 젊은층이 다수였다. 한때 ‘청년의 멘토’로 추앙받던 안 전 대표의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남대 교정에서 만난 박모 씨(경영학과 3학년)는 안철수 관련 질문에 “당 대표에 나왔느냐”고 되물으며 “대선 이후 안철수에는 관심을 끊어 몰랐다”고 답했다. 기자의 설명을 들은 후에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안 전 대표는)끝난거 아닌가”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박씨와 동행하던 친구 양모 씨도 “대선 직후 국민의당이 보여준 행보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운을 떼며 “당이 거의 붕괴되는 분위기아닌가. 다시 살아나긴 어려워보인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 ‘차가운 민심’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 가능하다. 대선 직후 10% 내외를 유지하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줄곧 곤두박질쳤다. ‘제보조작’ 사건 이후에는 5% 밑으로 추락했다. 말 그대로 ‘당이 소멸될 위기’다. 이에 안 전 대표가 “위기의 당을 구하겠다”며 당권 도전에 나섰으나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물론 안 전 대표의 도전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했다. 또 다른 60대 택시운전사 강모 씨는 “시험공부를 망쳐도 공부를 다시 열심히해 다음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지지했다.

천정배·정동영 후보를 두고는 “만일 (둘 중 하나가)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의당을 호남에 가두게 될 것”이라며 “전국 정당을 만들기 위해선 그나마 안철수”라고 안 전 대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같은 시간 안 전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서류를 접수하자 마자 호남을 찾았다. 자신의 출마를 반대하는 당원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직접 설득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광주 시의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추미애 대 천정배’ ‘추미애 대 정동영’ ‘추미애 대 안철수’ 이 구도 중에서 어떤 구도가 내년 지방선거 때 가장 많은 기초의원과 지자체장을 당선시킬 수 있을 지 판단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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