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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종어보'도 모조품…'덕종어보' 함께 재제작

'예종어보'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됐지만
'덕종어보' 다시 제작할 당시 함께 만들어
예종비어보 등 왕비 어보 3과도 다시 제작
문화재청 지난해말 사실 파악하고도 '쉬쉬'
1469년(예종 1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예종어보’. 그간 진품으로 알려졌던 ‘예종어보’가 1924년 재제작한 모조품인 것으로 밝혀졌다(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덕종어보’와 더불어 ‘예종어보’도 1924년에 다시 만들어진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날 모조품으로 밝혀진 ‘덕종어보’뿐 아니라 ‘예종어보’도 뒤늦게 분실 사실을 확인하고 역시 1924년에 재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종어보’는 예종 1년인 1469년에 제작됐으며 책봉·존호·시호를 올릴 때 만든 어보와 달리 ‘무승안민지보’(武勝安民之寶)라는 특별한 글귀를 새겨넣었다. 이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보살핀다’는 뜻이다.

‘예종어보’는 ‘덕종어보’와 마찬가지로 보물급 유물로 꼽힌다. 하지만 1924년 제작된 모조품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보물지정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준 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예종어보와 덕종어보는 보물로서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1924년 다시 만들어진 것이 드러나면서 보물 지정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예종어보’과 ‘덕종어보’에 대해 보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었다.

‘덕종어보’와 ‘예종어보’뿐 아니라 ‘예종비어보’ ‘장순왕후어보’ ‘예종계비어보’도 모두 같은 시기 분실했다가 재제작한 모조품으로 밝혀졌다. ‘예종비어보’ ‘장순왕후어보’ ‘예종계비어보’는 ‘덕종어보’ ‘예종어보’와 달리 보물급은 아니지만 의례용으로 왕비의 권위를 상징하는 유물로 가치를 지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24년 경복궁에 보관 중이던 덕종어보·예종어보·예종비어보·장순왕후어보·예종계비어보의 분실 사실을 당시 경복궁 관리인이 알아냈다”며 “순종이 이를 안타까워해 다시 제작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새로 만든 5과 어보 모두 1924년 5월 종묘에서 제를 올려 어보로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 ‘짝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조품인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문화재청이 공적을 올리기 위해 모조품인 사실을 알고도 이를 쉬쉬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국민들이 어떻게 문화재청을 믿고 우리 문화재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덕종어보’를 포함해 5과의 어보가 모조품인 것을 파악했지만 이 사실을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현재 ‘덕종어보’ ‘예종어보’ ‘예종비어보’ ‘예종계비어보’는 한국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장순왕후어보’는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