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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 장난감의 눈물

/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거실 한가운데 가장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TV가 놓여 있다. 대부분의 집과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TV 한쪽에 “바보상자”라고 떡하니 붙어 있는 점이다.

아이들 엄마가 “TV 많이 보면 바보 된다”고 귀에 못이 박이게 잔소리를 한 탓인지, 기자의 쌍둥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써서 붙여 놓았다. 그래 놓고는 “난 바보상자 진짜 좋아”란다. 교육의 효과가 전혀 없다.

아이들이 TV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다. 스마트폰이다.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새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서 그림 그리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한 번도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귀신같이 잠금장치를 스르르 뚫고는 능숙하게 가지고 논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면 그냥 씩 웃는다. 이토록 직관적인 기계를 발명한 스티브 잡스는 정말 위대한 인물이 틀림없다.

스마트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곳이 있다. 미국 장난감의 소매업체의 대명사인 토이저러스다. 토이저러스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4억달러(약 450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CNBC는 토이저러스가 파산 보호(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장남감보다 스마트폰을 더 좋아해졌기 때문이다. 한때 토이저러스라면 입을 떡 벌리고 사족을 못 쓰던 기자의 쌍둥이 아이들도 스마트폰의 맛을 안 다음부터 토이저러스는 “베이비쉬(babyish, 유치하다)”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월스트리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 회사가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 350명을 조사해보니 자녀 놀이 수단으로 가장 많이 쓰는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라는 답이 65%로 가장 많았다. 아이들이 장난감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시대에 장난감 소매업체의 장래가 밝을 수 없다.

장난감의 대명사인 덴마크의 장난감 업체 레고도 비상이다. 13년 만에 매출 감소를 기록한 레고는 전체 인력의 8%인 14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레고가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장난감 업체들의 부진 속에서도 레고는 혁신을 거듭했다. 영화 ‘레고 무비’를 선보이며 캐릭터의 대중화를 선보였고, 전통적인 블록 장난감에 모터와 센서를 장착한 자체 비디오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레고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천하의 레고도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스마트폰을 상대하기는 벅차다. 지난 해 말까지 레고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요르겐 빅 크누드스톱은 레코의 상황을 “길 위를 가던 차가 도랑에 빠진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차를 빼내 다시 속도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고는 새로운 CEO를 선임하고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벌일 태세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전 세계적 골칫덩이다. 만 12세가 되기 전에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아이들의 뇌와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쳐 충동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심지어 스마트폰 중독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의 아동 심리학 전문가인 스테파니 머시 박사는 “아이들의 우울증과 불안이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을 많이 볼수록 아이들의 머리가 나빠지고 불행해진다는 뜻이다.

컴퓨터로 전 세계에 가장 큰 부자가 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자녀들이 열네 살이 될 때까지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당장 치우고 장난감을 하나 더 사줘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