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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최대폭 급증…8·2 대책 후폭풍 '풍선효과'

8월 주택담보대출 3.1조 증가…전년比 반토막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8월 기타대출 3.4조 증가…사상 최대 폭 '급증'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문재인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반토막 났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대출시장에도 그대로 불어닥친 것이다.

동시에 규제에 막힌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고스란히 옮겨간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8월) 은행권 주담대는 3조1000억원 더 증가했다.

이 정도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6조1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가량 더 감소한 것이다. 2015년 8월 당시에도 주담대 규모는 6조원에 달했다. 주담대 추이는 이사철 등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연도별로 같은달 증감 규모를 비교해야 비교적 정확한 대출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 폭은 전월(4조8000억원)보다도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주담대 오름세가 갑자기 감소한 것은 정부의 8·2 대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다. 박용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8·2 대책이 나올 것을 미리 예상해서 지난 6~7월 주담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주담대 규제에 막힌 수요는 신용대출로 옮겨갔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3조4000억원 더 증가했다. 사상 최대 오름 폭이다.

기타대출은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상가·오피스텔)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신용대출은 기타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신용대출이 손 쉬워진 효과도 커 보인다. 게다가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금리도 상대적으로 낮다. 7월만 해도 기타대출 증가액은 1조9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카카오뱅크 대출이 본격적으로 잡힌 지난달 그 규모는 1조5000억원가량 더 늘었다.

지난달 기타대출 증가액(3조4000억원)은 주담대 증가액(3조1000억원)보다 더 컸는데, 이는 지난 2011년 5월 이후 6년3개월 만이다.

금융권에서는 8·2 대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담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제한되자, 주택 구입에 따른 부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테면 신용대출 심사 때 다른 목적으로 돈을 받아둔 이후 시차를 두고 부동산을 거래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가계대출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다는 점에서 주담대보다 더 위험하다는 평가다. 대출금리 수준도 더 높아, 추후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충격에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용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이라면서 “갑자기 신용 문제가 불거질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