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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외국계자본도 먹거리 못찾는 韓시장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하나 둘 한국시장에서 짐을 싸고 있다. 지난 6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골드만삭스, 방코 빌바오비스까야 아르헨따리아(BBVA) 등 3곳이 한국지점 폐쇄 인가를 받았다. JP모간자산운용도 국내 펀드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달초에는 UBS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를 하나금융투자에 매각해 합작관계를 끊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국내운용부문 철수를 검토하고 있고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 펀드 영업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장외파생 영업에서 손 뗀 한국도이치증권의 철수 가능성도 나돌고 있다.

자국내 본사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RBS나 BBVA는 차치하고라도 골드만삭스나 JP모간, UBS, 피델리티 등의 국내시장 철수는 허투루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UBS 등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구축정책의 결실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회사들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진출 5년만인 지난 2012년 이미 자산운용사업을 접었고 이번에 금융투자업 라이선스까지 반납했고 JP모간과 UBS도 정확히 10년만에 한국내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 셈이니 말이다.

돈 냄새에 밝은 외국계 자본들이 이처럼 떠난다는 건 한 마디로 국내시장에서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 활황 가운데서도 국내 공모펀드시장은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11년말에 77조원까지 늘어났던 공모펀드 판매액은 작년말 50조원을 밑돌아 6년만에 절반 수준까지 추락했다. 국내 인수합병(M&A)시장도 지난 2015년에 50조원대에 첫 진입한 뒤 최근 2년새 오히려 30조원대로 뒷걸음질 치고 있고 국내사간 딜에 치중하다보니 평균 거래규모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국내 계열사들간 밀어주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각종 규제장치까지 촘촘하게 얽혀있다보니 한국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건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계 자본들이 겪는 어려움이 바로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뒤늦게 정부나 나서 세제 혜택 정도를 부여한다고 해서 고질화된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쉽사리 걷힐 리 없다. 저(低)금리 하에서 국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다. 저성장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경제 자체의 활력이 크게 되살아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 마저 사모펀드시장과 해외시장으로 발 길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달초 금융정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면서 운용규제 완화와 국제화 촉진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또 공모펀드시장 위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인식이긴 하지만 때늦은 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보겠다는 정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 정부 하에서 정책적 결실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듯 하다. 정책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긴 안목을 갖고 금융산업 육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할 때다. 10년 전 참여정부 구상을 보다 구체화할 새로운 금융허브 전략을 세우자는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요구에 우리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