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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 줄 서는 공무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어느 나라건 줄 서는 공무원들이 있다. 요즘은 미국이 한술 더 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미국 각료들의 발언의 수준은 듣고 있기 민망한 수준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 인생 최대 축복은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과 함께 부통령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보건복지부를 이끌 수 있어 크나큰 영광입니다.”(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이곳 재무부를 방문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대통령께서 방문해 주신 이후 당신을 위한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의전과 서열을 중요시하는 국내 공무원 조직에서도 이런 수준의 ‘아첨의 합창’(AFP 표현)을 보기 어렵다. 칭찬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트럼프 특유의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땡큐”라고 말한다. “영광”이라는 말을 얼마나 들었는지 이 단어만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고 고개를 둘러보기까지 한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칭찬과 아부에 약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대화 주제는 바로 트럼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칭찬을 듣는 걸 좋아하고 공무원들은 트럼프를 향한 무한 아부를 펼친다. 아부는 미국의 공무원들이 줄을 서는 표현 방식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풍경이 달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아부를 싫어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노동부 차관을 지낸 크리스 루는 “오바마 1기 때 16차례 각료회의에 참여했는데, 그때 우린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지 말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진실된 조언을 원했지 과찬을 듣고 싶지 않아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수첩에) 받아쓰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아부 대신 반대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어떻게든 줄 서는 공무원은 꼭 있기 마련이다다.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IR) 행사에 빠지는 대신 당시 유력한 대통령 선거 후보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개인적으로 환송하러 나갔던 한 고위 외교관은 이번엔 문 대통령이 방미 일정중에 혹시나 뉴욕을 찾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휴가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든 충성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차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자신에게 보장된 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신념이다. 그새 대사관 직원들의 휴가 금지령은 슬그머니 풀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 때문인지 아니면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일정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