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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뒤집은 弱달러…'당분간 더 떨어진다'

美-유로존간 통화정책 닮은꼴로 금리차 좁혀져
트럼프노믹스 불확실성-美보호무역 등도 한몫
달러인덱스 100선 위태…"아직 달러 살 때 아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사실 올해엔 연초부터 미국 경제 호조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성장정책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올들어 지금까지 2.1%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주 막을 내린 3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에만 1.4%나 추락했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자산운용 외환전략 담당 대표는 “달러화 강세가 마치 거대한 수렁에 빠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달러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간 정책이 예상보다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ECB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조만간 양적완화(QE)를 중단하거나 그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 탓에 미국과 유로존간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좁혀지고 이 때문에 유로화 가치가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연준은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향후 연말까지 두 차례 정도만 더딘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버트 신치 앰허스트피어폰트 글로벌 외환담당 수석전략가는 “달러화가 이같은 금리 차이를 잘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유로존 금리는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미국 금리는 완만하게 움직이면서 이같은 달러화 약세, 유로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그가 제시할 세제 개혁과 재정부양정책이 기대에 비해 덜 급진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달러화를 약세로 부추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의회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정책에 그다지 동조하지 않고 있다. 슐로스버그 대표는 “지금 달러화는 마치 황무지에 있는 듯하다”며 “현재 달러화 가치가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모두가 놓치고 있는 다른 점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달러화가 계속 약해진다면 향후 주식시장에서 매도물량이 나오거나 미국 경제가 다소 부진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한 코뮤니케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요구로 인해 10년간 유지돼 오던 `보호무역주의 배격`이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이 달러화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대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은 달러인덱스가 기술적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면서 만약 지수 100선이 깨진다면 지난 2월 저점이던 99.25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달러인덱스는 100.36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대비 달러화는 1유로당 1.07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윈 씬 브라운브러더스 선임 외환전략가는 “기술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몇주일 정도 더 달러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99.25선과 94.75선이 주요한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치 전략가는 “현재의 달러 매도세는 다소 과해 보이긴 하다”면서도 “미국과 다른 나라 금리차이가 현재 달러화를 움직이는 주된 동력으로 보이는 만큼 아직까지는 달러화를 살 수 있는 시기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