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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출구 없는 역대정부의 벤처육성책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진보든 보수든 어느 정권이 집권해도 벤처육성책은 새 정부 과제 리스트에 중요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 만큼 벤처육성책은 중요하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단 얘기가 된다. 창업기업이 자금을 쉽게 끌어쓸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 초점이 맞춰졌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크라우드펀딩→KSM→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정책을 펴왔다. 투자금 회수시장을 만들어 창업기업이 좀 더 쉽게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사다리 단계별로 질적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레드오션인 치킨업체도 크라우드펀딩만 받으면 `집단지성이 인정한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이 돼 KSM에서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정보도 제대로 알 수 없고 주식가격도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거래건수는 단 1건 뿐이다.

사다리 상단도 문제다. 한국판 테슬라를 키운다며 코넥스뿐 아니라 코스닥, 코스피 모두 상장요건을 낮췄다. 상장요건 하향에 코넥스와 코스닥간 변별력도 약해지고 코스닥은 카카오(035720) 사례에서 보듯이 코스피로 가기 위한 디딤판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상장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증시에서의 자금 조달인데 코스닥에선 자본잠식 직전인 기업들의 전유물처럼 돼 버렸다. 상장요건은 낮추면서 반대급부로 퇴출요건은 강화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코스피 역시 10년째 적자인 기업도 상장폐지 없이 거래된다. 정책금융도 절반 이상이 업력 10년 이상인 기업에 집중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는 최근 신용보증기금 등이 지원하는 창업기업 범위를 창업후 5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정작 정책자금을 받아야 하는 5년 이하 창업기업에 돈이 흘러가지 못한단 얘기다. 정책보증을 받는 기간이 창업 후 2~3년에 불과한 미국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57.6%로 우리나라(41.0%)보다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창업기업에 자금이 흘러가게 하려면 성장사다리마다 기업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책보증도 자생력을 키우는데 집중돼야지 덮어놓고 돈을 지원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창업한지 10년이 지나도 창업기업인 정책구조에선 창업기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벤처기업 출구를 만드는 첫 삽을 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