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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 지시로 고통' 박명진 예술위원장 사퇴의글 물타기 논란

지난 18일 ‘사퇴의 글’ 예술 단체에 발송
예술계 "2년간 검열침묵, 책임회피" 비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장이 지난 18일 ‘사퇴의 글’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예술단체 85곳에 발송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화예술계에선 “지난 2년 동안 블랙리스트에 대해 철저히 침묵을 지켜오던 박명진 위원장이 물타기식 사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위원장은 19대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예술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예술위는 매년 2000억원 가량의 문화예술인과 문화단체의 정부 지원을 심의·결정하는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예술가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든 ‘블랙리스트’의 실행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위원장은 예술단체에 발송한 사퇴의 글에서 “예술가를 위한 지원기관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예술계에 닥칠 피해를 막지 못하고 깊은 상처를 준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이어 “예술위원회 직원들은 지난 2년여간 소신과 어긋나는 상부의 지시를 수행하면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그런 가운데서도 예술가 여러분들이 겪을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적었다. 또 “그 용기 어린 노력들이 언젠가 세상에 알려져,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도 했다.

예술인들은 “위원장의 글은 사과의 형식을 빌린 자기정당화에 불과하다”면서 “직접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직원 뒤에 숨어 정작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명진 예술위 위원장의 사퇴의글 전문이다.

<사퇴의 글>

존경하는 예술가 여러분,

저는 이제 예술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가고자 합니다.

마음의 결정은 일찍부터 내렸었지만 특검수사에 이어 감사원 감사 등 기관장으로서 제가 감당해야 하는 책무들이 남아 이제야 결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를 위한 지원기관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우리 예술계에 닥칠 피해를 막지 못하고 예술가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예술위원회 직원들은 지난 2년여 간 소신과 어긋나는 상부의 지시를 수행하면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예술가 여러분들이 겪을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용기 어린 노력들이 언젠가 세상에 알려져,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앞으로 예술위원회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2017.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박명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