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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페이스' 기업 어디없소…韓 경제 활력 급락한다

한국은행, 최근 15년 韓 경제 역동성지수 추산
美 애플·구글·페북 클 때 韓 '새 얼굴' 네이버뿐
"정부, 기업 주도 성장 하에서 개입 최소화해야"
서울 서초사옥 내 홍보관 앞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해 말 미국의 비(非)금융기업 시가총액 1위는 애플이다. 긴 설명이 필요없는 혁신의 상징이다.

2위에 오른 곳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구글을 비롯해 X랩(무인자동차) 캘리코(수명연구소) 라이프사이언스(생체콘택트렌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곳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각각 6위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인 지난 2005년만 해도 이들은 제대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당시 시총 1위는 GE였고, 톱10에는 엑손모빌(2위) 월마트(4위) 프록터&갬블(5위) 인텔(9위) IBM(10위)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미국의 10년은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었을까. 애플을 비롯해 현재 시총 열손가락에 드는 기업 중 ‘뉴 페이스’는 무려 6곳이다. 산업계의 역동성이 그만큼 살아있는 증거다.

우리나라는 사뭇 달랐다. 시총 순위에 새로 얼굴을 내민 기업은 네이버(6위) 삼성물산(028260)(7위) 아모레퍼시픽(090430)(9위) 등 3곳 정도다. 그나마 1990년대 이후 설립된 곳은 네이버(035420)가 유일하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포스코(005490) SK텔레콤(017670) 등의 몫인 셈이다. 산업계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한국경제 역동성지수 ‘급락’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추세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 이정익 차장과 조동애 과장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지수를 추산한 결과 2002년 4.48에서 지난해 1.57로 급락했다. △거시지표 △기업동학 △산업구조 △혁신역량 측면에서 13개 항목을 추려내 분석한 결과다.

주목되는 건 기업 쪽 수치다. 기업규모 이동성 지수와 산업구조 변화속도 지수는 2007년 3.45에서 2015년 1.66으로 각각 떨어졌다. 최근 10년 시총 순위의 변화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상위 3개사의 시총 비중은 무려 25.3%.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다. 미국(5.2%) 일본(7.0%) 영국(8.9%) 독일(15.4%) 등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이들 3사는 2005년에도 모두 톱5에 들었던 곳이다.

이정익 차장은 “우리나라의 기업간 이동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출 주력 품목도 변한 게 없다. 유엔 컴트레이드에 따르면 반도체 같은 전자집적회로의 수출 비중은 2000년(11.6%) 당시 1위였다. 그로부터 15년 이후인 2015년에도 9.9%로 1위를 지켰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선박 분야만 뒤쳐졌을 뿐 △자동차 △석유화학 △휴대폰 등의 수출 기여도도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문제는 이들 품목이 중국 같은 후발주자의 주력과 겹친다는 점이다. 미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냉정한 진단이다.



◇“정부의 시장개입 최소화해야”

기술혁신 지수도 하락하고 있다. 2007년 3.55에서 2015년 1.46으로 내렸다.

주요 선진국에 대한 기술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혁신 선행기술 개발이 더뎌 선진기술 수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미(對美)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2001~2005년 연평균 19억6980만달러에서 2011~2015년 60억3080만달러로 급증했다. 일본 독일 영국 등에 대한 적자 폭도 더 커졌다.

한은의 이같은 분석은 2%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정책당국의 진단도 결국 기업 활력으로 요약된다.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규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고, 한계기업이 퇴출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익 차장은 “정부는 기업 주도의 성장 하에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제공 등에 주력하며 민간으 혁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