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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도체에 편중된 수출 호황, 자만할 때 아니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국내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에 따른 소비심리도 살아날 기세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이 13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나 증가했다. 1분기 수출액이 두자릿수로 증가한 건 지난 몇 년간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또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재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수출 최대 효자 품목인 반도체는 3월 76억2000만달러를 판매하며 역대 두번째 실적을 기록했다. D램 반도체의 시장 가격은 DDR4 4Gb 기준 지난해 11월 2.5달러에서 지난 3월 3.4달러로 넉 달 사이에 25%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D램 가격의 상승으로 주가도 덩달아 최고점을 찍고 있다.

반도체 강국은 사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었다. 일본은 1980년대 미국을 제치고 히타치와 NEC, 도시바 등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반도체 강국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1987년 도시바가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인텔을 넘보며 승리에 취했던 일본의 추락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컴퓨터 소형화와 반도체 수요 다양화 물결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만심에 빠져 있는 동안 반도체 강국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일본은 설비 투자를 게을리해 기술 경쟁력을 우리나라에 역전당하는 순간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됐다. 거품경제가 걷히고 차세대 먹을거리를 발굴하지 못했던 일본은 한동안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경제구조와 닮은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면 수출에도 큰 타격을 준다.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가격 추이에 따라 웃고 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났을 때 다시 불황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반짝 수출 호황에 취해 일본처럼 우를 범하지 말고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도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