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금융

[가상화폐 사봤다⑦] 이태원에서 비트코인으로 파스타 먹다

이태원서 점심 먹고 비트코인으로 결제…‘초간편’
수수료 소비자 부담이라 손해보는 기분도 들어
점심값 1만8000원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니 약 80원의 수수료가 추가됐다. (사진=김형욱 기자)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비트코인, ‘써’ 봤습니다. 진짜 돈처럼요.

◇이태원서 파스타 결제… 수수료도 내야되네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화폐로서의 기능을 대체하지 못해 한순간에 가치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비트코인을 화폐의 기본 기능인 ‘교환의 수단’으로도 이용해 봤습니다.

저의 첫 비트코인 결제는 음식점에서 했습니다. 제가 오늘 먹은 파스타가 훗날 거액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비트코인 업계에는 아주 유명한 피자 이야기가 있죠

비트코인 초창기인 2010년 한 프로그래머는 피자 두 판을 사 먹는데 1만 비트코인을 지불했습니다. 11일 기준으로 1비트코인당 550만원이 됐으니 그는 무려 550억원짜리 피자를 먹은 셈이 됐습니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블록체인 앱을 열어 결제를 시도했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식당의 QR코드를 스캔하고 1만8000원을 적어넣고 수수료를 ‘보통’으로 하면 끝. 무척 간편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카드와 달리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제를 여러번 해본듯한 직원은 “하루에 한번은 ‘정말 비트코인을 받느냐’는 문의전화를 받는다”며 “독일에서 유학한 사장님이 투자 겸 마케팅을 위해 비트코인 뿐 아니라 다양한 가상화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명 꼴이라 아직 많은 숫자는 아니며 결제자는 한국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해킹 막기 위해 하드월렛 구매

최근에 저는 8만5000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하드월렛(가상화폐용 전자지갑)을 구매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털렸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들리자, 금액을 늘렸다가 해킹을 당할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래소에서 제 하드월렛으로 가상화폐를 출금하는데 예상외로 수수료가 몹시 비싸더군요. 빗썸에서 이더리움을 보낼 때 최소 금액은 0.001이더고 수수료는 0.0005이더였습니다.

제가 보낼 당시 비트코인 수수료는 한번에 2500원이었고 이더리움은 3400원이었습니다. 확인을 위해 소액을 먼저 보내고 다시 출금을 하다보니 수수료가 꽤 많이 나가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하드월렛에 가상화폐를 무사히 넣기는 했지만 오로지 컴퓨터 화면 등 ‘가상세계’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 불안감이 가시지 않더군요. 또 하드월렛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경우 영영 비트코인을 못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 우려가 됐습니다.

◇편집국 내에서도 투자붐 전염

추석 전만 해도 400만원 후반대였던 비트코인이 500만원 중반을 넘어가며 사상최고를 기록하자 편집국 내에서도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갖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저처럼 실전에 뛰어드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들 소액으로 ‘경험치’를 쌓고 가상화폐를 이해하는 정도입니다.

다만 저는 추석 연휴 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확신이 좀더 굳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트코인 예수’로 불리는 로저 버라는 인물이 나온 다큐멘터리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비트코인 신도가 된다는 뜻에서 버는 ‘예수’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도 요즘 그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느낌이랄까요. 정말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되고, 비트코인도 대중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타로만 하려고 했던 코인 투자를 장기를 가져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0.00335332비트코인을 주고 사먹은 파스타. 사진=차예지 기자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 비트코인 등 여러 종류의 가상화폐를 받는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사진=차예지 기자
USB를 닮은 하드월렛. 사진=아이스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