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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나서라" 최저임금 반기든 소상공인·中企(종합2)

소상공인연합회 12일 기자회견 갖고 최저임금 모라토리엄 선언
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전국 동시휴업’ 등 초강수 대응 추진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위 심의 불참 선언, 차등화 방안 부결 ‘도화선’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소속회원들이 ‘최저임금 5인 미만 사업장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당성이 결여된 최저임금 정책을 되돌려야 합니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정책을 내세우니 이젠 우리도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업종별로 구체적인 최저임금 불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청원 운동도 할 계획입니다.”(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둘러싸고 소상공인·중소기업계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불이행’(모라토리엄)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편의점 자영업자들은 전국 동시 휴업 추진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의 대(對)정부 투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다음 주 중에는 긴급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업종별·단체별 최저임금 불이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의 의사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올리는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는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법리적으로 범법자가 되더라도 소상공인들은 정당성이 결여된 최저임금은 지킬 수 없는 만큼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이행 운동의 구체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거리 집회부터 시작해 전국 동시 휴업 등 다각도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 분과위원장(왼쪽 세번째)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소상공인들은 그간 최저임금 인상 심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적용을 줄곧 주장해왔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지난 10일 최저임금위 회의 결과 9명의 공익위원들의 몰표로 결국 부결됐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목표한 만큼, 차등화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소상공인들은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업계가 최저임금 불이행을 선언한 이유다.

이날 성명서를 낭독한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 분과위원장은 “최저임금위가 명백히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이곳에서 논의되는 어떤 사항도 인정할 수 없다”며 “임금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간 합의에 의해 지불하는 것이 대원칙인만큼 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과는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간 자율합의를 도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한 건의도 이어졌다. 직접적인 최저임금 결정 권한은 없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영세 소상공인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해달라는 호소다. 김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를 포함한 최저임금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정 최고 책임자의 통치행위를 통해 해결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소상공인들과 취약근로자가 화합할 수 있는 대화합의 계기를 만들어달라”고 밝혔다.

최 회장 역시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에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한다”며 “최근의 노동정책들을 보면 기업인들을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는데 국가는 약자·소외계층을 구해낼 의무가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왼쪽 세번째)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7만여 전국 편의점들과 함께 동시 휴업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편의점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한 상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이하 전편협)도 이날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했다. 성인제 전편협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이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서 매출도 줄어든 상황에서 다른 대책 없이 최저임금만 대폭 인상하면 망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영세 편의점 가맹점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는 현재의 최저임금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 하지 않으면 전국 총 7만여 편의점들과 함께 전국 동시 휴업까지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재논의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계획 철회 및 최저임금 동결 △영세·중소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 구간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 등이다. 전편협은 오는 13일까지 최저임금위 심의 내용을 기다린 후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6일부터 전국 동시 휴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앞에 ‘최저임금 나를 잡아가라’란 문구의 현수막도 걸 계획이다. 성인제 공동대표는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에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차등화 방안을 반영하지 못한 점이 개탄스럽다”며 “대정부 투쟁에 모든 수단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 역시 향후 최저임금위 심의과정에 불참키로 결정했다. 지난 11일 중기중앙회 등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은 긴급회의를 갖고 이 같은 노선을 확실히 했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며 “근로자 위원과 공익위원들이 이 같은 어려운 사정을 안다고 했지만 약속이나 했듯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해 소상공인 비중 80% 이상 되는 업종 등으로 기준을 잡았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선 임금수준을 논의할 의미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해 앞으로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계의 움직임은 최근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공익위원들의 몰표로 부결된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획일적인 최저임금 기준으로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저임금 불이행 및 심의 불참 등 대정부 투쟁 행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저임금위가 노동계 편향인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들로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경우 자칫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임금이 대폭 오를 수 있어서다.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나가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오는 14일까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겠다고 공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