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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김현종 'FTA가 만병 통치약 아니다'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기자간담회
"사드 中 제소? 성깔대론 할 순 없다"
"中 당대회 내달 18일 이후 해결 모색"
"'한미FTA 폐기' 주장 취소돼..美 접촉중"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산업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통상사령탑’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FTA(자유무역협정)가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며 FTA 체결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정부·기업 모두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소용돌이가 치는 동북아”라며 “우리가 고래 싸움에서 돌고래로 빨리 변신해 치고 나가야 한다. 전략과 전술, 책략을 잘 만들어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사드보복 논란에 휩싸인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지 여부에 대해 “정책이라는 것은 내 성깔대로 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고강도 압박에 나서 한중 관계를 경색시키기보다는 대화·협상을 모색해보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한반도의 운영은 대륙세력(중국)과 해양세력(미국) 사이에서 밸런싱(균형) 유지를 잘하는 데 있다. 대륙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해야 한다”며 “10월 18일 이후에 기회를 보고 (서비스협상 등 현안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해서는 “미국 내부의 반대 여론 때문에 한미 FTA 폐기 주장은 취소된 상태”라며 “미국 측과 항상 접촉하면서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공동연구·분석부터 하자고 제안하고 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에 이후 약 10년 만에 통상교섭본부장 직을 다시 맡은 이유에 대해 “국가에서 부르면 안 할 수 없지 않습니까”라며 “아침에 일어날 때 ‘너가 무엇을 겁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공직을 맡는 건 진짜 어렵다. 내가 일을 제대로 안 하면 국민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30일 통상교섭본부장에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재판관을 임명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윌브럼 앤드 먼스 고교를 나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를 받은 미국통이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WTO 상소기구 법률자문관을 지냈고 민간인으로서 처음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참여정부 때 한미 FTA를 이끌었다. 그는 당시 한국이 다자체제인 WTO 체제에 익숙했던 관성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양자체제인 FTA를 선택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007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진=사람사는 세상]
-소회?

△(통상교섭본부로)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다. 국가에서 부르면 안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산업부 직원들은 외교부 직원들과는 다르다. 어떻게 비유해야 할까요. 파스타 먹다가 청국장 먹는 것 같다.

-미국에서 한미 FTA 폐기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상황?

△미국 내부의 반대 여론 때문에 한미 FTA 폐기 주장은 취소된 상태다.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공동연구·분석부터 하자고 제안하고 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공동연구·분석을 거부한다면?

△모든 가능성이 있다.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 적절치 않다.

-계속 접촉 중?

△항상 접촉한다. 답이 오고 서로 간에 입장을 더 파악하게 되면 더 구체적 안이 나올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카드 준비 중?

△10년 만에 (통상교섭본부에) 오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옛날 전략이 오늘날 다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일본, 베트남까지 협상 경험과 노하우가 프로급에 올라와 있다. 우리는 그만큼 낙후됐거나 뒤떨어졌다. 다시 게임 플랜을 짜야 한다.

-미국에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뜻은?

△지금 소용돌이가 치는 동북아다. 우리가 고래 싸움에서 돌고래로 빨리 변신해 치고 나가야 한다. 전략과 전술, 책략을 잘 만들어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젊은 세대에게 미래가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성동격서 전략이란?

△한반도의 운영은 대륙세력(중국)과 해양세력(미국) 사이에서 밸런싱(균형) 유지를 잘하는 데 있다. 해양세력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륙 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해야 한다. 중국 옆에서 5000년 동안 같이 살았다. 대륙세력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륙세력과 어떻게?

△인천, 상해의 자유무역구가 있다. 도시 대 도시 연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돈을 쓰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중국과의 서비스 협상은?

△12월 양자 차원의 서비스 개방이 굉장히 중요하다. 10월18일에 당 대회(중국의 19차 전국대표대회)가 있다. 10월 18일 이후에 기회를 보고 (서비스협상 등 현안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사드보복에 대한 중국 제소 카드를 언제 쓸지?

△일단 쓰면 그것은 카드가 아니다. (중국을) 제소할지 안 할지 카드를 갖고 있다. 어떤 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는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제소를 해서 승소할 경우를 비롯해 그다음 단계까지 다 생각해 봐야 한다. 플랜 B, 플랜 C도 있어야 한다. 정책이라는 것은 내 성깔대로 할 순 없다. 성깔대로 하지 않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한중FTA 개방 수준을 놓고 보완할 게 많다는 지적 있는데.

△FTA가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일본은 댜오위다오 문제로 (사드보복처럼) 위기였을 때 일본 기업들이 철저하게 중국법에 100% 맞췄다. 그런 노하우를 만들어 강해졌다. (한중 FTA 체결 이후 중국의) 지금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의자도 서구 체질로 바뀌었다. 중국 소비자들한테 맞는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

-마무리 소회는?

△아침에 일어날 때 ‘너가 무엇을 겁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그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공직을 맡는 건 진짜 어렵다. 내가 일을 제대로 안 하면 국민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솔직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