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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쾌락'으로 위선에 저항…마광수 문학관

허례허식·도덕주의·위선사회 경멸
"성 고프지 않을 때가 건강한 정신"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의 빈소. 5일 세상을 떠난 마 전 교수의 빈소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야한 소설을 쓰고 싶어 미치겠어요.”

‘마광수의 뇌구조’(오늘의 책·2011)에 나온 이 문장은 아마도 마광수(1951~2017)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의 문학관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일 것이다.

마 전 교수의 문학관은 ‘마광수의 뇌구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책에서 마 전 교수는 “섹스 없이는 먹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 동식물이 번식을 위해 섹스를 하여 생산해놓은 씨앗, 열매, 고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식욕 이전에 성욕이고 성에 고프지 않을 때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 전 교수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썼던 ‘추억마저 지우랴’에서도 성에 대한 개방성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마 전 교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즐거운 사라’(서울문학사·1991)도 마찬가지다. 프리섹스를 추구하는 여대생 사라의 이야기를 담은 ‘즐거운 사라’로 인해 마 전 교수는 강의 중 경찰에 연행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문학계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교직에서도 해직과 복직,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육체적 쾌락’에 바탕을 둔 문학관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심연에는 위선에 빠진 사회를 경멸한 저항심이 있다. 마 전 교수는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옥죄는 허례허식과 도덕주의, 위선을 경멸했다. 성 문제를 음지에서 공론장으로 끌어내야 위선적인 성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겉으로는 위선을 떨면서 속으로 온갖 성적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이야말로 변태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의 질타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라를 위한 변명’(열음사·2005),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 ‘돌아온 사라’(아트블루·2011) 등을 통해 세상의 억압에 저항했다.

마 전 교수는 문학계에 대한 질타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한국은 문화적으로 촌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는 ‘마광수의 뇌구조’에서 “문학은 카타르시스다. 교훈은 없다. 문학은 오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설이고 뭐고 사랑을 빼면 시체고 사랑은 따지고 보면 성욕”이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한 언론인터뷰에서 “겉으로는 근엄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우리 사회의 행태에 시비를 걸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말이 66년 그의 인생을 정리한 한 줄의 문장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