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 기업 > 전자

눈앞 호실적에도 '앞날 걱정'에 못 웃는 삼성전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3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005930)는 이번에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매 분기 ‘깜짝 실적’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크게 웃지는 못하고 있다. 총수 부재 장기화로 M&A(인수합병)와 투자, 사업 재편 등이 모두 멈춰서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장치사업의 비중이 큰 삼성전자(005930)는 영업이익의 상당액을 다시 시설투자에 쏟아붓는 재무구조를 보여준다. 올 상반기만 봐도 삼성전자는 24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려 22조5000억원을 시설투자비(CAPEX)로 지출했다. 영업이익의 93% 이상을 투자비로 집행한 것이다. 투자비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였다.

삼성전자가 최근 5년간 반도체 시설투자에 쓴 돈은 69조원. 이 기간 반도체사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6조여원으로, 단순 비교해봐도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다. 특히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업종으로 꼽히는 반도체사업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독단적으로 수조원의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M&A도 사실상 멈춰섰다. 지난해에만 6건의 M&A를 발표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딱 1건의 M&A만 성사시키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그리스 스타트업 이노틱스를 인수한 것이 유일한 성공 사례지만, 이마저도 인수가격 5000만달러(약 570억원) 미만의 ‘소규모 딜(deal)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투자와 M&A, 사업재편 등 굵직한 그룹 내 현안을 주도적으로 챙기면서 ‘뉴(new) 삼성’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 부재로 리더십 공백 상황을 맞은 삼성전자는 굵직한 의사결정은 미루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총수 부재’로 인한 리더십 공백을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 부재로) 3~5년 뒤에 만들어야 할 비전과, 목표에 가기 위한 사업 재편·M&A가 모두 멈춰섰다”고 답답해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 부회장 부재가 삼성전자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전략적 의사 결정이 지연돼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 대규모 투자 등은 총수의 결단이 중요하다”면서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삼성이 명확한 중장기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경영이 표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위=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