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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일 만에 법정 선 이재용

이재용, 1심 선고 후 법정 첫 등장
양측 날선 공방전 곧은 자세로 주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한광범 기자]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중법정 312호. 공판 시간인 오전 10시가 다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법정에 들어섰다. 짙은 감색 양복에 넥타이 없이 하얀 셔츠를 받쳐입은 이 부회장은 교도관 2명과 함께 입장했다. 1심 선고 후 48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선 이 부회장의 낯빛은 어두웠다.

이날 법원은 이른 아침부터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세기의 재판’ 첫 항소심 공판인 데다 ‘묵시적 청탁’을 두고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 공방이 예고됐던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법원은 관계자와 프레스석 등을 제외한 30여 자리를 일반 방청석으로 배정했지만, 방청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은 오전 7시쯤 이미 30명이 넘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먼저 법정에 자리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 삼성전자의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 등과는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심리를 맡은 정형식 재판장(부장판사)이 공판에 참석한 피고인을 차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이재용”을 불렀을 때에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변호인단 사이에 앉은 이 부회장은 옆에 있는 권순익·김종훈 변호사와 간간이 얘기를 주고받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이 서로의 주장을 펼치는 동안 종종 물을 들이켜기도 했지만, 공판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PT에 앞서 마련된 모두진술에서 박주성 검사는 원심에서 무죄로 판결된 미르·K재단 지원과 인정되지 않은 ‘명시적 청탁’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면서 “최 전 부회장 등이 이 부회장 형사책임을 줄여주려 허위 진술한 점 역시 양형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대표 변호사를 맡은 이인재 변호사는 이어 진행된 모두진술에서 “특검이 이번 사건을 국정농단의 본질이자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로 규정해 비(非)법률적 시각에서 재단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원심 판결에서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엄격해석, 증거재판주의 등 원칙이 밀려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 박상진 전 사장의 진술서 등 증거 능력 △부정한 청탁의 존재 등 이날의 쟁점을 두고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수사 관행을 잘 이해 못하고 하는 말씀 같다”(특검팀)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사초’나 ‘실록’으로 보기엔 본질적으로 다르다”(변호인단) 등 설전이 오갔다.

PT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이 부회장은 발표자와 재판부를 함께 주시했다. 종종 자료를 훑어보거나 변호인단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오전 공판이 끝나고 퇴정할 때에는 변호인단과 가볍게 인사하며 나왔지만, 같이 피고인석에 앉았던 전직 삼성 임원들과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