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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소기업계 '희망고문' 이제 그만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중소기업인들에게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종교·역사관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유력해지면서 업계에서는 한숨 소리만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넘었는데 중기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없다는 것은 둘째 문제다. “대통령 없이 온 나라가 촛불을 들어도 잘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중기부 장관 한 명쯤 없어도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자조섞인 한탄까지 흘러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과 함께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인사참사를 보면서 업계에서는 청와대가 중기정책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장고끝에 내각 인선 마지막 카드로 내놓은 박 장관 후보자는 좌우 양쪽의 이념 공세 속에서 필요에 따라 소신을 바꿨다. 청와대 평가대로 ‘생활보수’라고 한쪽눈을 감고 봐도 중소벤처기업계의 주요 현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문정부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구멍난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중기부 모태인 기존 중기청 역시 인사개혁 대상으로 보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벌이는 ‘을의 병에 대한 갑질’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며 과욕을 부린 탓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참신하고 젊은 기업인을 찾아 헤매다가 27번째로 박성진 후보를 낙점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간 소외됐던 벤처창업이나 스타업 중심으로 중소기업계의 판을 새롭게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만 들켰다.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중장기로는 축구 꿈나무를 키우면서, 단기간에는 거스 히딩크 같은 명감독의 지휘가 필요하다. 기존 선수들 탓만 한다면 필드에서는 누가 뛸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 중기부 장관을 할만한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고르는 사람 눈이 좁은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