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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도 늙어간다...'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50% 첫 돌파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문재인 정부가 복지 관련 지출을 확대키로 함에 따라 ‘경직성 예산’이 내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 예산 중 필요에 따라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복지 의무지출은 고령화 탓에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여서 경직성 예산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맞춰 정부 예산도 탄력을 잃고 늙어가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 총지출 429조원 중 의무지출은 218조원으로 50.8%에 달한다. 이는 올해보다 1.6%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건강보험·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인건비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재량지출과 달리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내년 의무지출 비중이 이처럼 커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복지 예산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34.1%인 146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올해 대비 16조7000억원 늘어 전체 12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1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연평균 7.7% 증가할 전망이다. 총지출 증가율 5.8%를 웃돈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더 증가하게 된다. 2019년은 51.9%, 2020년은 52.3%, 2021년은 53.0%로 점차 늘어난다.

의무지출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의미다. 재정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이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양적 구조조정 목표는 향후 5년간 총 62조7000억원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내년 예산에서 애초 목표인 9조4000억원보다 2조10000억원 많은 11조5000억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따라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 재정 안전성을 계속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출 구조조정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계속해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기획재정부)